이름·국적 가짜인 '유령 배' 3000척 이상…美·英이 잡는 이유 [뉴스설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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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국적 가짜인 '유령 배' 3000척 이상…美·英이 잡는 이유 [뉴스설참]
편집자주'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미국, 영국 등이 전 세계 바다를 떠도는 '유령 배'를 급습하고 있다. 유령 배는 소속 기업, 선주는 물론 국적도 불분명한 화물선으로, 국제적으로 경제 제재를 받는 국가에 은밀히 화물을 전달할 목적으로 운용된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령 배는 큰 폭으로 늘었으며, 현재 3000대 넘는 유령 화물선이 국제 해로를 배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름, 선주 국적 모두 가짜…바닷길 떠도는 '유령 배'

미 남미사령부(SOUTHCOM)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유조선 '베로니카'를 카리브해에서 나포했다고 밝혔다. 사령부에 따르면 베로니카는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과 연루된 유령 유조선으로, 이번 작전으로 미군은 총 6척의 유령 배를 나포했다. 베로니카는 가이아나 국기를 달고 항해했으나, 실제 국적과 선주, 심지어 이름도 불분명하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침공 이전부터 이같은 유령 배를 추적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유령 배를 "해적 행위"로 규정하며 "베네수엘라는 제재를 위반하고 판매한 석유 수익을 마약 범죄 관련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유령 배 사냥에 나선 건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 국방부도 이달 초 러시아와 연계된 유조선 '벨라 1호'를 정찰기로 추적, 미군과 함께 나포했다고 밝혔다. 벨라 1호는 유효한 국기를 보유하지 않은 무국적 선박이며, 출항 전 러시아 측에서 '마리네라'라는 이름으로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상 보험 피하고 노후 선박 대부분…"고장 위험 커"

유령 배는 국적과 이름, 소속을 속이며 은밀히 항해하는 화물선, 유조선 등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국제 제재를 받는 국가들이 석유 등 자원을 불법적으로 수출하기 위해 이용한다. 유령 배로 이뤄진 선단은 '유령 함대', 혹은 '그림자 함대'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유령 배는 국제 사회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해상 보험을 들지 않으며, 선박의 위치·속도·항로 등 정보를 전송하는 자동식별시스템(AIS)을 일부러 끄고 항해하기도 한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부여한 폐선 번호를 달고 운항하는 사례도 있다. BBC는 "마치 죽은 사람의 신분을 도용하는 것과 같다"며 "국적을 위장하려는 선박이 주로 쓰는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유령 함대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선박 추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유령 배는 3313척으로 추정된다. 2022년 말에는 600여척에 불과했다.


유령 배는 국제 제재를 우회한다는 점에서도 치명적이지만, 안전 문제도 크다. 마린 트래픽은 "유령 배는 반복해서 국적을 바꾸고, 보험 보증을 받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제때 정비받지 못한 노후 선박이 대부분이며, 고장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전쟁 자금줄…美·英 등 소탕 총력

미국, 영국 등은 유령 함대의 활성화로 경제 제재 효과가 약화하는 것을 우려한다. 특히 러시아는 유령 함대를 이용해 원유를 수출, 전쟁 자금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븐 도우티 영국 유럽·북미·해외 영토 담당 국무장관은 지난 15일 의회 대담에서 "우리는 현재 900척의 개별 선박을 제재하고 있고, 그중에서 520척의 유조선이 러시아 석유 대기업과 연계됐다"며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유령 함대를 소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은 원유 수출에서 나오며, 이를 억제해야 (러시아의) 전시 경제를 약화할 수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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