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국가일수록 AI를 업무와 일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영국, 한국이 상위권에 포함됐다. 반면 저소득 국가는 AI를 주로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생산성 향상 효과는 제한적이다. 같은 도구를 쓰더라도 질문의 깊이와 활용의 폭에서 이미 차이가 난다. AI는 능력을 평균화하지 않는다. 기존의 격차를 증폭시킨다.
이 지점에서 불편한 질문이 나온다.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통계상으로는 AI 활용 상위 국가다. 그러나 구조를 들여다보면 안심하기 어렵다. 일부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은 AI를 경영과 연구 전반에 깊이 접목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공공 부문, 지역 사회로 갈수록 활용 격차는 빠르게 벌어진다. 국가 내부의 AI 격차가 국가 간 격차 축소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재다. AI는 코드 몇 줄로 완성되는 기술이 아니다. 수학과 통계, 컴퓨팅 능력, 사고력, 윤리, 도메인 지식이 결합돼야 한다. 미국이 향후 10년간 AI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연 1~2%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는 이유도 기술 그 자체보다 사람과 조직의 준비에 있다. AI를 다룰 수 있는 인력이 충분하고 실패를 감수하는 생태계가 갖춰져 있다.
한국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AI 인재 양성은 여전히 입시와 일부 학과의 문제로 취급된다. 산업 전략과 인구 전략, 안보 전략으로 엮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세계는 AI를 국가 경쟁력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기술 격차는 곧 경제 격차가 되고 경제 격차는 외교와 안보의 격차로 이어진다.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AI 진흥을 특정 산업 정책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교육·노동·국방·행정을 관통하는 국가 전략으로 격상해야 한다. 둘째, 인재 육성은 속도가 관건이다. 몇몇 대학과 기업에 맡길 일이 아니다. 초중등 교육부터 평생 교육까지 AI 문해력을 끌어올리는 국가적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민간의 투자와 실험이 가능하도록 규제와 책임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기술을 막는 규제는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
AI 국가 격차와 극복 해법 AI는 자연스럽게 퍼지는 기술이 아니다. 초기 투자와 정책 선택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앤스로픽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경고는 기술 보고서라기보다 정책 보고서에 가깝다. 시장에만 맡겨서는 충분한 채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은 국가의 역할을 묻는 질문이다.
AI를 대할 때도 기본과 원칙, 상식은 다르지 않다. 격차는 방치하면 커진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선택이 10년 뒤 한국의 위치를 결정한다. AI를 쓰는 나라에 머물 것인가, AI를 설계하는 나라로 도약할 것인가는 지금의 결단에 달려 있다.
김준술 방송총괄국장 joonsoolkim@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