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파 ‘패자부활전’ 흥행 빨간불…네이버·카카오·NC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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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파 ‘패자부활전’ 흥행 빨간불…네이버·카카오·NC 불참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탈락팀 선정 이후 추가 참가팀을 모집하는 ‘재도전’ 공모에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에선 재도전 형평성 논란이 부담인 데다 실익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1차 단계평가에서 떨어진 네이버클라우드와 엔씨소프트 AI 전문기업 NC AI는 재공모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정예팀 5곳을 대상으로 기술력과 독자성 등을 종합 평가해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업스테이지 3개 팀을 합격시켰다.

당초 계획보다 1개 팀이 추가로 떨어지면서 정부는 1차 평가 탈락팀과 프로젝트 공모 참여팀을 모두 포함해 정예팀 재공모를 진행하기로 했다. 6개월마다 평가를 거쳐 올해 말 최종 국가대표 2개 팀을 선정할 계획인데, 3개 팀으론 예정된 2·3차 평가를 진행할 수 없어서다.

정부의 재공모 계획 발표 이후 업계 반응은 아직까진 냉담하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전날 정부 발표 이후 긴급회의를 연 뒤 “앞으로 AI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추가 공모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NC AI도 재도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NC AI 관계자는 “파운데이션 모델과 컨소시엄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목표했던 산업 특화 AI와 피지컬 AI 등 국가 산업군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함께 국내에서 손꼽히는 개발자 조직을 갖춘 카카오도 “‘패자부활전’에 나갈 계획이 없다”고 했다. 국내 대표 IT 기업이 재공모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재공모 추진력 확보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프로젝트 정예팀 선발 공모에 참여했던 다른 기업 중 재도전 의사를 밝힌 곳은 아직 없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코난테크놀로지, 한국과학기술원은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은 재도전 이후 제기될 형평성 논란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예팀 재공모는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새로 생긴 규칙으로 합격팀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정부가 특정 기업을 살리기 위해 재도전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독자성 기준을 명확히 세우지 않은 실책을 무마하려고 재도전 기회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네이버는 알리바바의 AI 모델 비전 인코더를 활용하고, 가중치(학습된 지능)를 차용한 게 문제가 돼 독자성 기준 미달로 떨어졌다. 글로벌 AI 업계에서 오픈소스를 활용해 모델을 개발하는 건 일반적이지만 독자 모델을 만드는 덴 부적합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다만 독자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 업계에선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기도 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전날 “(2차 평가에서) ‘프롬스크래치’에 대한 부분을 학계나 업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프롬스크래치(밑바닥부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델을 자체 개발한다는 의미다.

기업이 형평성 논란 등을 감수할 만큼 재공모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독자성 기준 논쟁에서 부각된 프롬스크래치는 글로벌 AI 업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개념은 아니다. 글로벌 AI 생태계에선 다른 AI 모델 구조를 차용하고, 개발에 활용해 AI 모델을 고도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AI 분야에서 압도적인 ‘2강’인 미국과 중국 AI 모델을 차용하는 사례는 흔하다.

국내 인프라와 국방·안보 등에 쓰일 AI 모델은 독자성이 중요하지만 그 외 사업에선 모델 성능과 개발 역량 등이 강조되기 때문에 기업 내부에선 독자성 평가 탓에 성능 경쟁력까지 낮게 보이는 걸 우려한다.

1차 탈락한 네이버는 AI 사업 강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트윈 구축, 태국 소버린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모로코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글로벌 AI 사업을 가속하고 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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