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무기 된 교육용 컴퓨터…드론 전쟁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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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무기 된 교육용 컴퓨터…드론 전쟁의 비극

코딩 교육용 미니컴퓨터 '라즈베리 파이'가 러시아 살상 드론의 두뇌로 쓰인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라즈베리 파이는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 공학자들이 개발한 손바닥만 한 초소형 컴퓨터로,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청소년을 위해 고안됐다. 선한 목적으로 탄생한 혁신 기술이 지금은 전쟁의 최전선에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 살상 드론에 들어간 교육용 컴퓨터

지난 13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소속 정보 총국(GUR)은 러시아제 살상 드론 '게란-2'의 핵심 부품 목록을 공개했다. 게란-2는 원래 이란에서 설계된 저렴한 살상 드론으로, 지금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시를 공습할 때 주로 사용한다.


GRU에 따르면 게란-2 제작에 필요한 핵심 부품은 두 개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피스톤 엔진과 단일 보드 컴퓨터(SBC) '라즈베리 파이 4'다. 후자는 게란-2의 목표 비행 지역을 입력하고 조종, 제어하는 데 필수적인 두뇌 역할이다. 라즈베리 파이 4는 게란-2보다 훨씬 진보한 최신예 드론 게란-5에서도 발견됐으며, 해당 드론에선 위성 통신망을 연결하고 3G/4G 통신을 중계하는 등 고급 IT 기술도 구현됐다.

10만원 안팎 가성비…혁신 전자 기기가 살상 무기로

라즈베리 파이는 영국의 자선 단체 겸 컴퓨터 제조업체 '라즈베리 파이 재단'에서 만든 초소형 컴퓨터다. 한 개의 전자 기판 안에 여러 반도체와 USB 등을 결합해 컴퓨터의 필수 기능을 구현했기에 단일 보드 컴퓨터라 불린다. 당초 아프리카 등 빈국 학생들의 코딩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해 기준 연간 760만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라즈베리 파이 4는 2020년 출시된 4세대 제품으로, 복잡한 프로그램도 구동 가능해 교육을 넘어 산업 현장, 연구소 등에서도 애용된다.


라즈베리 파이의 가장 큰 특징은 가성비다. 라즈베리 파이 4의 경우 국내에서 9~13만원 사이에 판매되며, 8기가바이트(GB) 메모리와 기타 부속 장치를 포함한 '베이직 키트'도 20만원을 넘지 않을 만큼 저렴하다.



라즈베리 파이의 탁월한 가성비는 군용으로서도 가치를 입증했다. 미국, 유럽 등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드론을 만들어야 하는데, 10만원 안팎의 가격에 구매 가능한 라즈베리 파이는 이제 필수 무기 공급망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GUR은 홈페이지에서 "원래는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전자 기기가 폭력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며 "침략자의 전투, 점령, 살상 능력을 꺾으려면 해당 공급망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 시장 취임식서도 해킹 우려로 금지

잠재적 악용 우려 때문에 라즈베리 파이는 공식 행사장에서 금지 품목으로 지정되기도 한다. 조란 맘다니 신임 뉴욕 시장은 지난 1일 취임식을 진행할 때 참가자들의 라즈베리 파이 소지를 금한 바 있다. 당시 라즈베리 파이는 폭발물, 드론, 무기류와 함께 금지 물품 목록에 올랐다.


미국 IT 전문 매체 '테크 레이다'는 이를 두고 "뉴욕 당국은 통신 네트워크 보안을 우려한 것 같다"며 "무선 통신망을 해킹할 가능성이 있는 소형 컴퓨터 장치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현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은 라즈베리 파이가 할 수 있는 모든 프로그래밍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일부 제품은 그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지녔다"며 보안 규정의 허술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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