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똑똑하게 쓰려면… 질문하는 능력 길러라

글자 크기
AI를 똑똑하게 쓰려면… 질문하는 능력 길러라
AI가 모든 답을 빠르게 알려주는 지금 양질의 질문 설계하는 것이 인간 역할 “매출 올려줘” 대신 “이탈고객 이유는” 사고 위탁 아닌 판단 주권을 되찾아야
질문 인간/ 안병민/ 북하우스/ 1만9800원

AI(인공지능)가 모든 답을 내놓는 시대, 인간의 경쟁력은 과연 무엇일까. 작가이자 AI 혁신가이드로 불리는 저자는 신작 ‘질문 인간’에서 이 물음에 ‘질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얼핏 보면 질문이 넘치는 시대에 사는 듯 보인다. 포털과 검색창, AI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질문을 받아낸다. 그런데 사실은 인간은 더 이상 제대로 질문하지 않는다. AI가 이미 준비된 답을 얼마나 빠르게 찾아내느냐가 능력이 된 시대에, 오히려 질문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저자는 모든 ‘혁신’은 기존 질서를 흔드는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AI가 ‘대답하는 기계’라면, 인간은 ‘질문하는 존재’인 만큼 ‘AI라는 도구를 어떻게 더 잘 사용할 것인가’보다는 ‘AI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인간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는 AI가 작성한 보고서, 요약된 회의록, 자동 생성된 기획안에 둘러싸여 일한다. 겉보기엔 일의 속도와 효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듯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AI 분석에 의존할수록 인간의 통찰력은 흐릿해지고, 판단의 주도권은 점점 기계로 넘어간다. 저자는 이 현상을 ‘사고의 아웃소싱’, ‘사고의 종속’이라고 부른다. AI라는 기술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AI 앞에서 인간의 질문이 멈췄다는 게 문제다.
안병민/북하우스/1만9800원 “핵심은 ‘질문력’이다. 이전에는 정보를 잘 ‘찾는’ 사람이 유능하단 소리를 들었지만 이제는 정보를 잘 ‘요구하는’ 사람이 유능한 시대다. AI는 양질의 질문을 입력해야 양질의 답변을 출력하는 ‘질문 기반 파트너’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능력, 즉 질문력이 곧 경쟁력이다. 또 다른 하나는 창의성이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여러 아이디어를 연결해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인간 고유의 무기다. 반복 업무는 AI에게, 전략적 사고와 최종 결정은 인간에게, 이게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일의 기본 구조다. ”(130쪽)

저자는 AI시대 마케팅의 뉴노멀은 감성의 언어에서 알고리즘의 언어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더는 수많은 링크를 클릭하지 않는다. AI가 요약해 준 결론을 소비할 뿐이다. 따라서 기업은 AI가 자신들의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 인식하도록, 기업 내 흩어진 지식을 AI 학습용 데이터셋으로 구조화하여 ‘독점적 지식의 원천’을 만들어야 한다.

더 충격적인 변화는 ‘기계고객(Machine Customer)’의 등장이다. 이제 쇼핑의 주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대신해 구매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AI 에이전트이다. 냉장고가 우유를 주문하고, 프린터가 잉크를 사는 시대에 감성 마케팅은 힘을 잃는다. 기계고객은 감정이 아닌 데이터와 효율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결국 마케팅의 대상은 인간의 눈에서 기계의 데이터 처리 프로세스로 확장되었으며, 이에 맞춰 브랜드의 언어 또한 감성적 수사에서 명확한 데이터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저자는 AI 시대는 리더십의 진화도 불가피하다고 본다. 조직의 리더는 정답을 주는 자에서 질문을 설계하는 자다. AI 시대의 리더는 보고받고 승인하는 ‘결재자’가 아니다. 조직 내의 데이터와 AI, 인간의 직관을 연결하여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는 ‘하이브리드 인지 시스템의 설계자’가 돼야 한다. 과거의 리더십이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었다면, 미래의 리더십은 AI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날카로운 ‘질문’을 설계하는 데 있다. AI는 “매출을 올려줘”라는 모호한 명령에는 뻔한 답을 내놓지만, “이탈한 20대 고객의 행동 패턴에서 이상징후 5가지를 찾아라”라는 구체적인 질문에는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리더는 AI의 환각과 확정 편향에 맞서는 ‘최고 회의론자(Chief Skeptic Officer)’가 돼야 한다. AI가 그럴듯한 데이터와 시나리오를 제시할 때 “이 분석이 배제한 데이터는 무엇인가?”, “이 결론이 틀렸을 때의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물으며 조직의 비판적 사고를 깨워야 한다.

저자의 주장에 공감되는 것은 질문을 인간의 존엄과 연결짓는 데 있다. 질문할 수 없을 때 인간은 쉽게 순응하고, 타인의 생각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반대로 질문하는 순간, 인간은 다시 ‘생각하는 존재’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질문은 인간을 객체에서 주체로 되돌리는 행위”라고 말한다.

AI의 편리와 만능에 둘러싸인 인간의 생각 근육은 점점 퇴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질문이라는 가장 오래되고도 강력한 도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더 나은 답보다 더 나은 질문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질문은 언제나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든다”며 ‘질문 인간 되기’를 제안하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