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 양평=원성윤 기자] “Su-su-su-supernova / 사건은 다가와, Ah Oh Ay” (aespa - ‘Supernova’ 가사 中)
사건은 예고 없이 다가왔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 주변의 빛을 모두 흡수해버릴 듯한 무광 그레이 컬러의 쿠페가 숨죽여 있다. 마세라티의 전동화 시대를 여는 선봉장, ‘그란투리스모 폴고레(GranTurismo Folgore)’다.
오늘의 시승곡은 에스파의 ‘Supernova’다. 묵직한 베이스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비트, 그리고 폭발적인 에너지가 이 차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대변한다. 마치 폭발 직전의 초신성처럼, 차체 곳곳에서 빛나는 구리색(코퍼) 트라이던트 엠블럼과 레터링은 이 차가 품은 엄청난 에너지를 암시하는 듯하다.
◇ “Body bang”…0.1초 만에 납득되는 761마력의 ‘속도감’
노래 가사처럼 “Body bang”이다. 파란색 가죽 스티어링 휠에 달린 시동 버튼을 누르고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는 순간, 영혼이 뒤로 밀려나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제로백(0→100km/h) 2.7초. 마세라티 역사상 가장 빠른 수치다.
에스파의 ‘Supernova’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자극적이듯, 그란투리스모 폴고레의 가속감도 그렇다. 3개의 전기 모터가 뿜어내는 합산 출력 761마력(최대 1200마력급 시스템 기반)은 운전자를 순식간에 시공간 너머로 이동시킨다. 구리색 포인트가 들어간 거대한 휠 사이로 보이는 브레이크 시스템은 이 무시무시한 출력을 통제할 준비를 마쳤다는 듯 듬직하다.
◇ “질문은 계속돼”…전기차인데 왜 이렇게 재밌지?
단순히 직선에서만 빠르다면 ‘그란투리스모’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거다. ‘스포츠카 특유의 주행 질감’은 배터리 배치에서 나온다. 마세라티는 배터리를 바닥에 평평하게 까는 대신, 센터 터널에 ‘T자형’으로 배치했다. 덕분에 시트 포지션을 극한으로 낮출 수 있었다.
측면에서 바라본 날렵하고 낮은 차체는 코너를 돌아나갈 때 영락없는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무게 중심이 가운데로 쏠리면서, 코너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맛이 일품이다. 펜더의 에어 벤트와 ‘Folgore’ 레터링은 공기역학적인 설계와 전기차의 정체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 “보이지 않는 별”…시선을 훔치는 압도적 존재감
디자인은 가사 속 “Hyperstellar(초거성)” 그 자체다. 긴 보닛과 유려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그리고 떡 벌어진 펜더는 멈춰 있어도 달리는 듯한 긴장감을 준다. 특히 무광 그레이 바디와 대비되는 구리색 포인트들은 도로 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한다.
문을 열면 펼쳐지는 아이보리와 블루 투톤의 최고급 가죽 인테리어는 감탄을 자아낸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 잡은 스마트 워치 페이스는 마세라티의 전통적인 아날로그 시계를 디지털로 재해석하여 미래지향적인 럭셔리를 보여준다. 하차감은 말할 것도 없다. 문을 열고 내릴 때 쏟아지는 시선, 이것 역시 슈퍼카를 타는 이유 중 하나다.
◇ 총평 : 소리 없는 폭발,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드림카
에스파가 독보적인 컨셉으로 케이팝의 판도를 바꿨듯,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전기 스포츠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마세라티가 100년 넘게 쌓아온 ‘달리기’에 대한 집착이 전기의 힘을 빌려 폭발했다.
가요타요 포인트는 10점 만점에 9.6점. 우주적인 속도감과 땅에 붙어 달리는 쾌감, 이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 이 차의 운전석에 앉는 순간, 당신은 도로 위의 ‘슈퍼노바’가 된다.
“사건은 다가와, 거세게 커져가. 아, 오, 에이!”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