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하면서 ‘역대 최장’을 기록한 이틀간의 파업이 마무리됐다. 다만 노사 간 핵심이었던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등 임금체계 개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가 버스업계의 적자를 책임지는 구조의 ‘버스 준공영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간 임금 협상 합의와 파업이 철회된 15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시내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1 15일 서울 시내버스 노사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사후조정 회의에서 협상을 진행해 오후 11시55분 최종 합의했다. 이로써 13일부터 시작된 파업은 이틀 만에 마무리됐고, 서울 시내버스는 이날 첫차부터 정상 운행을 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려운 여건에서 대화를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물러서며 합의에 이른 노사 양측의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2025년도 임금을 2.9% 인상하는 방안의 조정안에 최종 합의했다. 임금 인상분은 지난해 2월1일부터 소급 적용한다. 당초 노조는 3.0%의 임금 인상안을 요구했는데,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조합원 정년은 올해 7월부터 현재 63세에서 64세로, 내년 7월부터는 65세로 연장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하면서 이번 파업은 종료됐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관문은 남아 있다. 노사는 이번 협상에서 동아운수 2심 판결과 관련한 임금체계 개편은 확정판결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해당 판결은 노사 모두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동아운수 소송은 버스 기사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제기한 것으로, 2019년 1심에서는 노 측이 패했다. 그러나 2024년 12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이후인 지난해 10월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히며 서울 시내버스 임금체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조 측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은 법원 판결에 따르는 사안으로,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2심 판결대로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이 확정될 경우 전체 임금 인상률이 최고 20%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임금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임금 인상폭이 커지면서 시와 업계의 재정 소요가 늘어나면 버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사측의 주장이다.
버스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 주장대로 수용할 경우 인건비는 1년에 3000억원가량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기존에도 (시의) 예산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 카드를 만져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시가 재정으로 업계의 손실분을 보전하는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개편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준공영제가 공공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임금 상승분을 시민의 세금으로 지원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는 버스업계에 지난해에만 4575억원(잠정치)에 달하는 재정을 지원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입장문에서 “지원 방식에 상한을 두고, 노사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성과에 따라 지원이 달라지는 연동체계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도 “민영제와 공영제를 보다 명확히 구분하는 이원화 모델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