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향하는 美항모전단… 이란 영공 폐쇄, 유럽은 철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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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향하는 美항모전단… 이란 영공 폐쇄, 유럽은 철수령
“美 공습 초읽기” 긴장감 고조 카타르 美·英기지 군 철수 ‘결전’ 관측 이란 “공중임무”… 항공기 5시간 우회 英은 대사관 임시 폐쇄·佛도 일부 철수 “이란 시위 유혈진압 멈춰… 지켜볼 것” 트럼프 오락가락 메시지에 혼란 가중
이란 정부가 영공을 일시 폐쇄했다. 유럽 각국은 이란 내 자국민에게 철수령을 내렸다. 미국과 영국의 중동 군기지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태를 지켜보겠다며 돌연 발언 수위를 낮췄지만 공습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 일대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는 양상이다.
미국 해군의 니미츠급(10만t급) 핵추진 항공모함 모습. 뉴시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공중 임무’를 이유로 약 5시간 동안 영공을 폐쇄했다. 영공 폐쇄는 한 차례 연장 발표 끝에 이란 시간 기준 오전 1시45분부터 오전 6시30분까지 이뤄졌다. 이 시간 동안 사전에 허가를 받은 국제선을 제외한 모든 항공편은 이란을 우회해 항로를 변경했다.

이란의 영공 폐쇄는 미국과 영국이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기자에서 병력을 철수시켰다는 소식과 맞물려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항공 위험을 점검하는 오피에스그룹의 세이프에어스페이스는 “이란의 영공 폐쇄 상황은 미사일 발사나 방공망 강화 등 추가적인 안보·군사 활동을 시사한다”며 “민간 항공기를 군사 표적으로 오인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이 그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위협에 중동 내 미군기지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바 있어서다. 이란은 지난해 6월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에 핵시설을 폭격당하자 알우데이드 기지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이번 알우데이드 기지 대피령이 군사 개입 전 반격에 대비한 조치일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럽 관리는 “미국의 군사 개입이 24시간 내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미 항모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뉴스채널 뉴스네이션은 미국 국방부가 남중국해에 배치했던 항모전단을 중부사령부 작전책임구역(AOR)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중부사령부 작전책임구역은 이란을 포함해 중동과 중앙아시아·남아시아·북동아프리카 21개국을 관할하는 곳이다.
불똥 튈라… 텅 빈 이란 하늘 14일(현지시간) 항공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의 중동 지역 지도에 이란 지역이 아무런 표시도 돼 있지 않은 깨끗한 상태로 남아있다. 이란 당국이 이날 허가를 받은 일부 국제선 항공편을 제외한 모든 항공편에 대해 영공을 수시간 동안 일시 폐쇄한 데 따른 영향이다. 노란색 비행기 표시가 빼곡한 주변국과 비교된다. 이란은 ‘공중임무’를 이유로 들었지만, 마침 미군이 중동 최대 기지인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의 일부 인력에 철수를 권고했다는 소식이 맞물리며 미국의 공격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플라이트레이더24 제공 이란발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면서 각국은 자국민 보호에 나섰다. 영국은 테헤란 주재 대사관을 임시 폐쇄했고 프랑스는 비필수 인력을 철수시켰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이란에 체류 중인 자국민들에게 즉각 출국할 것을 권고했다. 카타르, 인도 등도 자국민에게 신속히 출국하고 이란 여행도 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미국의 ‘결정’이 주목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식 행사에서 “이란에서 (시위대)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며 “처형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개입을 배제하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건 아니다”라면서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위 유혈 사태를 명분 삼아 이란 정권을 겨냥해 군사 타격 등 다양한 공격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던 이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군사 개입을 둘러싸고 백악관 내부에서 우려가 잇따르고 이란의 라이벌인 일부 아랍 국가들은 물론 이스라엘까지 공격을 말리거나 연기할 것을 설득하면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 여론 역시 이란을 겨냥한 군사 행동에 비판적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8∼12일 실시한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미국의 이란 내 군사 개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기반 단체 이란인권(IHR)은 시위 18일째인 이날까지 시위 참가자 최소 342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윤선영 기자 sunnyday70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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