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파업 이틀 만에 타결된 다음 날인 15일 서울역버스환승센터에 버스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서울 시내버스 '역대 최장' 파업이 이틀 만에 종료됐다.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시민 불편은 멈췄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통상임금을 둘러싼 임금체계 개편은 합의에서 빠져 향후 노사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4일 밤 11시 55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특별조정위원회 2차 사후 조정회의에서 공익위원 조정안을 수용해, 2025년도 임금을 2.9% 인상하고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번 협약에 따른 임금은 지난해 2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버스회사 전체 64개사, 약 1만 8700여명 조합원, 버스 약 7000대가 지난 13일 오전 4시 첫차를 시작으로 시작한 파업은 15일 마무리됐다. 파업 기간 가동됐던 지하철 증편과 자치구 셔틀버스 등 비상수송대책도 모두 해제됐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이다. 임금 인상률 2.9%는 노동위원회 1차 조정안이었던 0.5%보다 크게 높아졌고, 노조가 요구했던 3%에 근접한 수준이다. 정년 역시 현행 63세에서 올해 7월 64세, 2027년 7월 65세로 단계적 상향이 결정됐다. 노사정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운행 실태 점검 제도에 관해 논의하는 데도 합의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이던 통상임금 반영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문제는 이번 합의에서 빠졌다. 동아운수 사건 2심 판결에 불복해 각각 상고한 노사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임금체계 개편안을 다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0월 29일 동아운수 통상임금 항소심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월 176시간으로 인정했다. 반면 사측은 주 40시간 근무에 유급휴일인 주휴 8시간을 포함해 '월 209시간'을 기준시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내버스가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지방자치단체 7곳 중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노조는 통상임금 산입 범위와 이에 따른 체불임금 문제는 민사 소송으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2025년 11·12월, 2026년 1월분 체불임금에 대해 원금과 지연이자,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측은 해당 기간 체불임금이 발생했다는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통상임금 산입 범위를 둘러싼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었던 만큼, 고의적인 임금 입금 지연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인건비 급증으로 이어질 경우, 준공영제 재정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방식의 임금체계 개편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서울 시내버스 임금 구조의 재설계 논의가 본격화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준공영제는 민간이 시내버스를 운영하되, 적자가 발생하면 지자체가 이를 보전하는 시스템이다. 수익성이 낮은 노선에도 안정적인 운행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2004년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하지만 경영 효율성이 떨어져도 손실이 세금으로 메워지면서 시장 경쟁이 약화됐다는 비판도 있었다. 실제 64개 시내버스 업체의 운송 적자가 최근 5년간 매년 약 5000억원에 이르는 규모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번 버스노조의 이틀간 파업에도 시는 총 20억원 수준의 예산을 비상수송대책에 사용했다. 전세버스 임차비용과 유류비, 인건비 등을 모두 포함해 일 평균 10억원 예산을 시가 모두 부담했다. 결국 서울시가 매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버스 준공영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추후 남은 노사 분쟁의 여파가 버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장 여권 유력 후보인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64개 시내버스 업체의 운송 적자가 최근 5년간 매년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시내버스 준공영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