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이 의료 현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외부 기업이 개발한 범용 AI가 아니라, 의사가 직접 설계하고 검증한 AI가 진료·운영·응급의료 전반에 빠르게 스며드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의사들이 직접 개발한 AI는 병원 현장에서 곧바로 근거를 쌓으며 상용화를 꾀하고 있다.
이민우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가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해 전자의무기록(EMR)을 작성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우선 한림대성심병원 의료진이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플랫폼 ‘HAI’는 병원 운영의 비효율을 줄이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의사가 환자 이름을 클릭하면 응급실 방문부터 치료?입원 과정 전반을 종합한 요약문이 약 5초 만에 생성된다. 수십 쪽에 달하는 간호기록지와 시술 기록을 AI가 분석해 의료진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만 추려낸 결과다. 질환 치료 영역에서는 ‘경험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의사 결정에 AI가 정밀한 근거를 더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박경일·이상건 교수와 융합의학과 김영곤 교수팀은 뇌전증 환자의 초기 임상 정보를 바탕으로 항경련제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AI 기반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뇌전증은 환자마다 약물 반응이 달라 치료 초기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질환이다. 실제 환자 10명 중 3명은 두 차례 이상의 약물 조정에도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경과를 보인다. 이에 연구팀은 뇌전증 환자 2600여 명으로 구성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단일기관 코호트에서 혈액검사, 뇌 MRI, 뇌파, 경련 형태 등 총 84개 임상 변수를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특정 항경련제에 대한 치료 반응 가능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도 의료진이 주도한 AI가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것을 돕고 있다. 장혁재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교수팀은 구급차에서부터 응급실 도착까지의 과정을 하나로 잇는 ‘지능형 구급활동지원 플랫폼’을 개발했다. 구급대원의 음성을 자동 기록하고 환자 상태 악화를 예측하며 최적 이송 병원까지 추천하는 기능을 단일 플랫폼에 통합했다.
총 10종의 AI 모델을 결합한 이 시스템은 구급활동일지 자동 작성, 사전 중증도 평가, 현장 정보의 즉각적 병원 전송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 사용한 구급대원 평가에서도 업무 효율과 대응 속도, 신뢰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 AI의 개발 주체가 기업에서 의료진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기술의 목적 역시 ‘대체’가 아닌 ‘보조’에 맞춰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의의 판단 구조를 이해한 AI가 진료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고, 의료진은 최종 결정권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