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자율주행에서 테슬라 뒤만 바짝 쫓아가도 성공입니다. 후발주자의 이점은 지름길로 갈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테슬라 방식, 즉 엔드투엔드(E2E·End-to-End)를 따라가야 합니다. "
지난 1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박정규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직교수(사진)는 이같이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대자동차와 LG전자 연구소에서 자동차·제조 현장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로, 업계 변화를 신기술 경쟁이 아닌 제품 아키텍처와 조직·개발 방식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해왔다. 최근에는 '스마트카 패권전쟁'이란 책을 펴내며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와 인공지능(AI)이 재편하는 미래 모빌리티 경쟁 구도를 조망했다.
후발주자의 이점, 지름길로 간다박 교수는 AI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면서 자동차 산업 역시 중대한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자율주행 업계가 이제는 테슬라식 E2E 방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시행착오를 이미 겪은 테슬라의 방식을 빠르게 따라가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며 "현대차가 2023년 전후로 E2E 방식으로 전환한 것 자체만으로도 방향성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크게 룰베이스(Rule-based) 방식과 E2E 방식으로 나뉜다. 룰베이스는 사람이 주행 규칙을 세밀하게 정의하는 접근으로 안전성이 높지만 고가 센서 의존도가 크고 시스템이 복잡해진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E2E는 데이터를 학습해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과정 설명은 어렵지만 복잡한 실제 도로 환경에 대한 적응력은 높다. 박 교수는 "센서 수를 늘린다고 자율주행이 완성되는 단계는 지났다"며 "이제는 차량의 '지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테슬라 추격 전략의 근거로 중국 자율주행 기업의 빠른 성장을 들었다. 그는 "니오, 리오토, 모멘타 등 IT 창업자가 이끄는 중국 기업들은 테슬라 방식을 신속히 모방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이를 중국 스마트카 기술 성장의 '무리 전략(Swarm Strategy)'으로 설명했다.
다수의 기업이 동시에 실험과 도전을 반복하고 성과가 확인된 방식을 빠르게 모방·확산하면서 산업 전체의 학습 속도를 높이는 개념이다. 박 교수는 "우리가 중국의 부상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에는 상대를 과소평가한 측면도 있다"며 "이제는 냉정하게 분석하고 배워야 할 부분을 따져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전환기, 불협화음은 정상전통 완성차 업체에서 나타나는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컴퓨터공학과 기계공학 간의 세계관 충돌에 대해 박 교수는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기계공학 기반이 강한 완성차 업체가 SDV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이 실제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조율의 접점이 생기고, 합의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SDV 시대 자동차 개발을 여러 단계의 기술 레이어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동력계를 담당하는 지상의 영역, 클라우드와 가상공간에서 작동하는 상공의 영역,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저공의 영역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특히 저공의 영역은 차량용 운영체제(OS)와 인터페이스를 맡아 물리적 세계와 가상 세계를 잇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AI가 상위 레이어로 더해지며, 각 레이어의 데이터를 학습해 차량의 판단과 기능을 고도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미국·중국의 스마트카 기업들이 IT 창업자의 주도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의 개발을 통해 성과를 낸 반면, 한국은 지상의 제조 기반 위에서 상공으로 올라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기에 둘 사이에 간극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레거시 업체로서 현대차가 이 같은 통합 구조를 구축해낸다면 새로운 혁신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자율주행 업계의 구조적 한계로 SW 인력을 외부 인력으로 인식하는 관행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국과 일본 간 SW 산업 경쟁력 격차 역시 SW 인력 내재화 여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보처리추진기구(IPA)의 'DX 백서 2023'에 따르면 SW 인력을 정규직으로 내부 고용한 비율은 미국이 65%인 반면, 일본은 26%에 그쳤다.
박 교수는 "SW 인력을 기업 내부로 품지 않으면 SDV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주도적인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SDV를 이끄는 미국과 중국 기업 다수가 자동차 경험이 없는 인물들의 주도로 성장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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