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당 윤리심판원의 제명 처분에 불복하면서 김 의원의 징계 문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의원이 연루된 갑질 의혹과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지속 거론되는 데 대한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당내에선 김 의원을 향해 정치적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공천헌금 수수 등 각종 비위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은 13일 자정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즉시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윤리심판원이 전날 오후 11시쯤 김 의원의 제명 처분을 의결했다고 밝힌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재심 신청 의사를 알린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SNS에 “제명을 당할지언정 스스로 제 친정을, 제 고향을, 제 전부를 떠나지는 못하겠다”며 자진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재심을 ‘즉시’ 신청하겠다는 발언과 달리 김 의원 측은 ‘시간 지연’ 전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 측은 통화에서 “재심 신청은 윤리심판원의 징계결정 통보서부터 일단 받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징계결정 통보서를 작성 중이며, 김 의원이 재심을 원할 경우 민주당 당규에 따라 징계결정 통보서를 전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신청해야 한다. 윤리심판원은 재심 신청이 접수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심사·의결하게 돼 있다. 김 의원 징계 논란이 최장 3월 말까지 지속할 수 있는 셈이다.
당 지도부는 최대한 빠르게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할 때, 재심 절차는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돼 조속히 결론이 도출될 것”이라며 “모든 판단의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이며, 정치의 책임과 도덕성”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청래 대표가 비상징계권을 발동해 제명을 확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지도부는 윤리심판원의 재심 절차를 통해 제명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윤리심판원의 재심 혹은 당대표의 비상징계로 김 의원의 제명이 확정될 경우, 다음 판단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넘어간다. 정당법 33조는 정당이 소속 국회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서는 소속 국회의원의 2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결국 의원들이 투표로 김 의원을 제명해야 하는 것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당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한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이 김 전 원내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당내에서는 김 의원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이연희 의원은 SNS에 “꽃이 지는 것은 끝이 아니라, 때가 됐음을 아는 일”이라며 “책임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용기가 정치의 품격”이라고 적었다. 박 수석대변인도 CBS 라디오에서 “어젯밤 상황은 김병기 (전) 원내대표께서 재심을 신청할 거냐 안 할 거냐 문제에 대해 대체로 ‘원내대표까지 지내신 당의 책임자이셨기 때문에 굳이 재심까지 하시겠냐’는 기류들이 읽혔다”고 했다. 다만 당이 과도하게 ‘자진 탈당’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당의 윤리감찰 혹은 윤리심판을 받은 이춘석·강선우·장경태·김병기 의원 중 이 의원과 강 의원은 자진 탈당과 동시에 제명이 결정된 바 있다. 김 의원에겐 제명이 의결됐지만 후속 조치가 남아 있고, 장 의원은 여전히 윤리감찰단에 회부된 상태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