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컬럼]AI 시대,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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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컬럼]AI 시대,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전력이다
AI는 흔히 보이지 않는 산업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현실의 AI는 누구보다 물리적인 산업이다. 대규모 연산 능력,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전제로 움직인다. 전력이 끊기는 순간 AI도 멈춘다. 그래서 AI 시대의 국가경쟁력은 더 이상 알고리즘이나 인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안정적이고 대규모의 전력을 얼마나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이 경쟁의 본질로 이동하고 있다.
 
이 구조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가 LS일렉트릭의 최근 행보다. LS일렉트릭은 독일 에너지 기업 RWE와 620억 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400킬로볼트급 초고압 변압기를 독일 서부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발전소에 공급하는 내용이다.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전력기기 시장인 유럽, 그것도 기술 장벽이 가장 높은 초고압 영역에서의 수주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이 성과를 단순히 ‘수출 성공’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핵심을 놓친다. 중요한 것은 LS가 무엇을 잘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산업의 미래로 읽었는가다. AI, 재생에너지, 전력망 고도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LS는 일찌감치 전력 인프라를 ‘성숙 산업’이 아니라 ‘미래 산업’으로 재정의했다. 기업가정신은 늘 여기서 갈린다. 당장의 수익성이 아니라, 10년 뒤 국가와 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할지를 먼저 보는 결단 말이다.
 
LS의 전력기기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그룹 차원에서 전력·에너지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규정하고, 긴 호흡으로 투자를 이어온 축적의 산물이다. 특히 구자열LS의장이 일관되게 강조해 온 “에너지는 국가 산업의 기반”이라는 인식은 기술 투자 이전에 전략 선택의 기준이었다. 산업은 기술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방향을 설정하는 리더십, 즉 기업가정신이 먼저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LS의 행보는 예외가 아니라 글로벌 흐름에 가깝다. 미국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송·변전 설비 병목에 직면했고, 중국은 초고압 직류송전(UHV)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며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유럽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탄소 정책이 맞물리며 전력망 재구축이 불가피해졌다. 유럽의회 입법조사처는 2040년까지 전력망 구축에만 1조2천억 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발전보다 더 어려운 것이 송전이고, 그 송전의 핵심 설비가 변압기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이다. 전력 설비는 주문에서 납품까지 수년이 걸린다. 유럽 시장에서 초고압 변압기 품귀 현상이 발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공백을 파고든 것이 한국 기업들이다. 빠른 납기, 높은 신뢰성, 가격 경쟁력. 과거 반도체와 조선 산업에서 확인된 강점이 전력기기 분야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다. 위험을 감수하고 설비를 늘렸는가, 미래 수요를 믿고 먼저 투자했는가의 차이다.
 
이제 질문은 한국으로 향한다. 우리는 이 기회를 산업 전략으로 만들 준비가 돼 있는가. 기업은 앞서 달리고 있는데, 제도와 정책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가. 초고압 전력기기는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이다. 공급망 안정, 인허가 속도 개선, 연구개발 지원, 해외 수주 금융까지 패키지로 접근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력을 여전히 비용이나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
 
AI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력은 물리적 현실이다. 그리고 이 현실을 누가 먼저 준비했느냐에 따라 국가의 산업 지형이 달라진다. LS일렉트릭의 유럽 진출은 한 기업의 수주 소식이 아니다. 미래를 먼저 믿고 투자한 기업가정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AI 시대의 패권은 서버실이 아니라 변전소에서, 그리고 그 변전소를 먼저 떠올린 기업가의 결단에서 갈린다. 그래픽지피티52[그래픽=지피티5.2]
 
앙트레프레뉴어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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