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는 저희가 다 가져가야 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AI가 발전하면서 디스플레이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하며, 오히려 로봇·웨어러블 등 ‘엣지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6’의 삼성디스플레이 프라이빗 부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CES 공동기자단 이 사장이 강조한 엣지 디바이스란 중앙 서버(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사용자 가까이에서 데이터를 직접 처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말기를 뜻한다. 스마트폰을 넘어 로봇,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홈 가전 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장은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AI 시대를 맞아 디스플레이 수가 현재보다 10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며 “로봇이나 스피커가 소리만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결국 정보 표현과 상호작용을 위해 엣지 디바이스에 디스플레이 탑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사용자와 AI가 만나는 접점인 엣지 디바이스가 다양해질수록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은 커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CES에서 엣지 디바이스의 미래를 보여주는 콘셉트 제품들을 대거 공개했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는 목걸이 형태의 ‘AI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펜던트’, 디스플레이로 로봇의 얼굴을 만들어 준 ‘AI OLED 봇’, 가정 내 기기를 제어하는 ‘AI OLED 리모트’ 등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삼성디스플레이 프라이빗 부스에 전시된 ‘AI OLED 봇’ 모습. 라스베이거스=이동수 기자 이 사장은 “우리는 세트(완제품)을 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미래에 시계, 안경, 혹은 펜던트가 주류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OLED 펜던트와 같은 소형 기기에 대해 삼성 측은 “OLED는 LCD 대비 얇고 가벼워 배터리 공간 확보가 중요한 소형 AI 기기에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올해 사업 최우선 과제로 8.6세대 IT용 OLED의 성공적인 양산을 꼽았다. 이 사장은 추가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 다음 단계 투자는 없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8.6세대 양산을 올해 제대로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해 대비 매출과 유닛(Unit) 기준 20~30% 성장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거센 추격에도 기술적 격차를 확신했다. 이 사장은 “중국 기업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올레도스(OLEDoS) 등 새로운 분야는 선점하려고 투자도 많이 한다”면서도 “OLED는 현재까지 나와있는 걸 봤을 땐 워낙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폴더블 패널 사업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폴더블폰의 과제로 두께, 내구성, 주름(Crease) 개선을 지목하며 “내구성은 목표에 거의 비슷하게 따라왔고, 주름을 없에는 기술은 점점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 제품 대비 주름 깊이를 약 20% 개선해 시인성과 터치감을 높인 차세대 폴더블 패널을 선보였다. 그는 “수치로는 말할 수 없지만, 올해 폴더블에 거는 기대가 굉장히 크다”고 귀띔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삼성디스플레이 부스에 전시된 차세대 폴더블 패널(오른쪽) 모습. 기존 패널(왼쪽)과 비교할 때 화면 주름에서 확연한 차이가 보였다. 라스베이거스=이동수 기자 차량용 OLED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과시했다. 이 사장은 “자동차 업체들이 이제 OLED의 장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며 “아직 OLED 비중이 작긴 하지만, 현재 우리의 차량용 OLED 시장 점유율은 약 70% 수준이고 고급 차량 라인업에는 삼성의 OLED가 거의 다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올해 디스플레이 시장의 잠재적 리스크로는 ‘반도체 가격 상승’을 꼽았다. 이 사장은 “세트 업체 입장에선 부품 가격이 올라가고 수급에 어려움이 생겨 생산량이 줄면, 우리는 부품업체니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또 (세트 업체로선) 한쪽(반도체)이 올랐으니 다른 곳(디스플레이)에서 줄이고 싶은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