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11일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가 최근 개정 발표한 ‘미국인을 위한식이 지침(2025∼2030)’에 따르면 이 지침의 ‘장 건강’ 항목에는 ‘마이크로바이옴 다양성을 유지하도록 도와 건강에 유익한 발효식품’으로 김치와 함께 독일식 양배추절임인 자우어크라우트, 우유나 양젖 발효 음료인 케피어, 일본식 된장인 미소 등이 명시됐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사람이나 동식물과 공생하는 세균, 바이러스 등 미생물 군집의 총칭이다. 특히 장(臟)에 서식하는 유익 미생물의 비중과 개체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소화기관뿐 아니라 뇌, 면역, 대사 기능 등 전신의 건강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중 특정 균주는 미생물 일주기 변화와 스트레스 반응성을 연결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조절한다. 장 건강이 정신 건강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치에도 포함된 락토코커스 락티스 (Lactococcus lactis) 속 균주는 퇴행성 뇌질환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치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이렇다. 발효가 시작되면 젖산 등 탄산가스가 발생하고, 김치는 산성을 띤다. 산성 환경에서는 배추, 무, 마늘, 고춧가루 등 채소와 양념에 부착된 여러 미생물 중 유산균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김치 담금 초기에는 유산균이 1g당 10만 마리 가량 존재하지만, 숙성되면 1억 마리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가 밝혀낸 김치 속 기능성 유산균은 58종에 이른다. 이 유산균들은 항염·항비만·뇌기능 개선·항노화 등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종양을 억제하고 암을 예방하는 역할까지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치 속 대표적 항암유산균은 와이셀라 시바리아(Weissella cibaria), 락토바실러스 사케아이(Lactobacillus sakei) 등이 있다.
방예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김치 유산균이 직접 작용하지 않더라도, 장내 미생물과 상호작용하며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여러 연구에서 제시되고 있다”며 “유산균이 자체의 기능에 더해 미생물생태계가 과도한 염증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한편 미국 정부는 5년 만에 “진짜 음식을 먹어라(eat real food)”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국가 차원의 식생활 지침을 전면 개편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 식단 지침에 김치가 대표적 건강식으로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초가공식품에는 사실상 퇴출 수준의 권고가 내려졌다. 소시지, 과자, 냉동 피자처럼 여러 단계의 공장 가공과 식품첨가물을 거친 초가공식품에 대해 지침은 “섭취하지 말라”고 명확히 밝혔다.
미국 언론은 이번 지침을 두고 “미국 식문화의 대전환”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육류 소비가 이미 많은 미국 사회에서 단백질 권고 확대가 과잉 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다만 초가공식품 중심의 식생활이 비만과 당뇨, 심혈관 질환을 키웠다는 문제의식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