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전경.[사진=한화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이 인사규정 개정을 앞두고 직원들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인사규정 개정을 통해 저성과자에 대한 삭감폭을 명시하겠다고 회사가 나서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개정이 성과 중심 보상 강화보다는 인건비 절감을 위한 명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규정 개정을 위한 동의 절차를 둘러싼 잡음까지 불거지며 논란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인사규정 개정을 위해 이날까지 전 직원 대상으로 동의서를 받고 있다. 개정의 골자는 직원 인사 평가등급 5개 등급 중 최하위 등급인 C등급의 연봉 삭감폭을 10~20%, 그 다음으로 낮은 등급인 B등급 연봉은 최대 10%까지 삭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C등급에 대한 연봉 삭감폭이 10% 수준, B등급은 동결 수준에서 통상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평가등급은 상대평가로, 배정되는 인원 비율이 정해져 있다. 차장 이하 직원의 경우 최하등급인 C등급은 5%, 그 다음 등급인 B등급은 10%로 인사규정이 실제로 개정된다면 하위 15%가 연봉 삭감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부장 이상의 경우 총 35%가 B~C등급을 받기 때문에 연봉 삭감 대상자가 더욱 늘어난다. 회사는 이렇게 임금 삭감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고성과자의 인센티브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인사규정 개정이 '인건비 절감'을 위한 것이라는 불안감이 늘어나고 있다. 인사규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임금 삭감폭은 명시적인 반면 개별 직원별로 이뤄지는 임금 협상에서 정해진 고성과자의 인센티브가 총합 얼마나 늘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회사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본래 규정에 없었던 B, C등급에 대한 임금 삭감폭을 개정을 통해 명시함으로써 오히려 삭감 상한폭을 제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고성과자에 대한 연봉 인상 상승폭은 제한을 두지 않아 개별 임금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사규정 개정 과정에서의 절차적인 부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임금 삭감폭을 명시하는 인사규정 개정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94조에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돼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내에서는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찬성·반대 여부가 노출되고 반대하면 부서장 면담이 이뤄진다는 주장, 인사팀에서 각 팀장들에게 동의서 찬성 목표치를 제시했다는 의혹 등이 나오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노동조합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회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명백히 위법하고 부당한 행위를 자행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며 "해당 행위의 즉각적인 중단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규정 개정의 배경에 지난해 9월 한두희 전 대표의 후임으로 신규 선임된 장병호 대표이사의 의지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2021년 연간 영업이익 2088억원을 기록한 후 2022~2024년 동안 344억원, 314억원, 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순이익을 기준으로도 2021년 1441억원 이후 549억원 손실, 93억원, 389억원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한화투자증권 노동조합은 "현재 상황을 인지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법률검토를 통해 향후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직원 동의가 과반을 넘을 경우 개정된 인사규정은 2027년 3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아주경제=류소현 기자 sohyun@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