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000년대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라크·아프간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해 사담 후세인과 탈레반을 몰아내고 영토를 점령했다. 서구식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고 군대를 재무장하는 등의 국가 건설 작업을 벌였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5일 미국 뉴욕에서 마약단속국(DEA) 및 경찰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하지만 확고한 결의 작전에선 이같은 모습이 사라졌다. 해·공군과 해병대 항공전력, 특수전부대 등을 결합한 전격적이고도 단발적인 군사작전을 통해 마두로를 체포한 뒤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 특수전부대가 보유하고 있던 신무기도 모습을 드러냈다. 베네수엘라군도 중국·러시아산 장비로 구성된 방공망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번 작전에선 무용지물이 됐다.
◆막강 화력 때문에 오인받았던 특수헬기
미군이 지난 3일 확고한 결의 작전을 개시하면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상공에는 미군 헬기들이 다수 출현했다.
대부분은 특수전부대 델타포스 등을 태운 제160 특수항공연대 소속 MH-47G 수송헬기였지만, 기관포와 로켓으로 강력한 화력을 뽐내며 지상에서의 저항을 제압한 헬기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때문에 작전 초기에는 미 해병대 AH-1Z 공격헬기가 참가한 것으로 오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MH-60M 수송헬기에 공격기능을 추가한 MH-60M DAP다.
미군 제160 특수항공연대 소속 MH-60M DAP 헬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제160 특수항공연대 페이스북 캡처 MH-60M DAP는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 제시됐던 UH-60에 무장을 장착한 형태다. 제160 특수항공연대는 MH-47G와 MH-60M을 활용해 특수전부대원을 작전 지역에 투입한다. MH-60M DAP는 특수 작전 중 공중 지원과 무장 호위를 제공하기 위해 MH-60M에 무장을 장착한 기종이다.
UH-60 파생형 중에서 가장 우수한 전자장비를 갖춘 MH-60M에 공격력을 추가, 특수전부대의 지상작전을 돕는다. 몇 시간 이내에 DAP 구성에서 수송용으로 바꿀 수 있다.
유사시 공군의 지원을 대신하는 만큼 MH-60M DAP는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
분당 3000발을 쏠 수 있는 M-134 미니건 2정, AH-64 공격헬기에도 탑재되는 30㎜ 체인건, 2.75인치 로켓, 헬파이어 미사일 등을 사용할 수 있다. AH-64 수준의 공격력을 갖춘 셈이다.
공중급유장치와 더불어 외부 연료탱크를 장착할 수 있어 항속거리도 기본형보다 더 우수하다.
미군 제160 특수항공연대 소속 MH-60M DAP 헬기가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 제160 특수항공연대 페이스북 캡처 레이더를 비롯한 전자장비는 고난도 특수전을 수행하기 위해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 동체 위아래에는 각종 안테나가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다. 이 가운데는 위성통신안테나도 있다. 지형추적·회피 레이더는 악천후나 야간에 매우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데 적합하다. 먼지나 모래, 안개 등으로 조종사의 시야가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조종 시스템을 갖췄다.
기수 하단에 장착되는 전자광학(EO)·적외선(FLIR) 카메라는 유도무기 표적 지시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적군의 저항이 강력한 내륙 지역 특수작전 특성에 맞게 MH-60M DAP는 방어 체계에 많은 신경을 썼다. 지상군의 지대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레이저 경보장치와 전자전 시스템, 적외선 대응장치 등이 장착됐다.
기체가 적 레이더·레이저에 포착되거나 미사일이 접근하면 센서가 경고를 보낸다. 상황에 따라 전자전, 기만용 섬광탄이나 채프, 적외선 지향성 대응 체계(DIRCM)가 작동한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MH-60M DAP는 ‘확고한 결의’ 작전에서 델타포스에 대한 공중 지원과 적 지상부대 제압 등에 투입하기에 적합한 기종이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5일 미국 뉴욕에서 헬기에서 내린 직후 마약단속국(DEA) 및 경찰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강력한 무장과 우수한 통신 및 방어체계, 고도로 훈련된 승무원을 지닌 MH-60M DAP는 델타포스의 작전에 맞춰 마두로의 은신처 인근에 있는 기갑차량과 방공체계 등을 제압하고, 기습 소식을 듣고 출동할 베네수엘라군과 보안군의 접근을 저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지역 상공을 천천히 선회 또는 정지비행하면서 미니건과 30㎜ 체인건, 로켓 등을 대량으로 쏘면, 지상군은 그대로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강력한 방호력은 작전 직후 헬기들이 무사히 복귀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공중에서의 강력한 화력은 중남미 지역 최강의 보안·경호인력으로 평가받는 쿠바군 무력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작전에선 마두로 경호를 맡던 쿠바 요원 32명이 숨졌다. 반면 미군 전사자는 없었고, 장비 손실도 없었다. 냉전 시절 옛소련 KGB도 의존했을 정도로 높은 전문성을 갖춘 쿠바는 베네수엘라에 고위 정보·군사 전문가들을 보내 마두로의 경호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미군의 화력 앞에서 쿠바 요원들의 경호 임무는 실패했다. 특히 미국에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는 점에서 쿠바 요원들의 ‘무적’ 명성에 대한 의심도 커질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방공망은 왜 당했나
베네수엘라가 우고 차베스 집권 시절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아왔지만, 정규군과 행정 체계를 갖춘 국가로서 자국을 지킬 힘은 있었다. 영공을 침범한 항공기를 탐지·격퇴할 방공망도 갖췄다.
베네수엘라 군인들이 지난 3일 수도 카라카스의 미라플로레스 궁전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EPA연합 하지만 ‘확고한 결의’ 작전에서 베네수엘라 방공망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방공망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미군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 방공망은 중국·러시아산 레이더에 러시아산 요격체계를 통합한 형태다.
합동방공사령부가 전국에 배치된 장거리 레이더와 주요 방공여단 전술지휘소를 연결해 영공 상황을 통합해서 관리하고, 유사시 전투기·지대공미사일 등의 교전 수단을 투입한다.
레이더는 중국전자과기집단(CETC)에서 제공한 JYL-1, JY-27 3차원 장거리 레이더 등이 있다.
장거리 요격은 S-300 1개 대대가 수도권에서 담당하고, 러시아산 부크(Buk)-M2E와 페초라(Pechora)-2M이 중거리 요격을 맡는다. 단거리는 휴대용 지대공미사일로 대응한다.
겉으로 보면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큰 문제를 지니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산 JYL-1 레이더.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국산 레이더는 설계상으론 남미 최고 수준의 조기경보망을 제공해야 했다. 특히 JY-27은 중국 측에선 스텔스기를 포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확고한 결의’ 작전에선 기대했던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의 압도적 공격력과 베네수엘라 훈련·유지보수·기술 등의 문제가 겹친 결과로 보인다.
어느 나라든 방공망이 직면할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의 공격이다. 미국의 항공작전과 전자전 능력은 세계 최강 수준이다.
EA-18G와 EC-130H 전자전기의 전자 공격이 집중되면서 베네수엘라 레이더는 정상 신호와 잡음을 구분하기 어려웠고, 그 사이에 정밀유도무기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던 베네수엘라군 방공체계가 지난 3일 미군 공격으로 불탄 채 버려져 있다. 로이터연합 미군의 전력·통신망 파괴도 큰 영향을 미쳤다. 베네수엘라 국영 전력공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3일 미군이 마두로의 은신처를 급습했을 때 미군은 수도 카라카스의 전략 시설인 파나메리카 변전소를 공습했다.
변전소 내 제어실이 완전히 파괴되어 카라카스 내 5개 지역이 정전됐다. 해당 제어실은 복구 불능 상태다.
군사 기지인 티후아나 요새 내 전력시설 등도 파괴됐다. 카라카스 내 통신 시설이 파괴된 사진도 공개됐다.
베네수엘라 수리공이 지난 4일 미군 공습으로 파괴된 통신탑 제어 장비들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 레이더를 비롯한 방공체계는 많은 양의 전기를 사용한다. 베네수엘라의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변전소 파괴는 정전을 유발, 방공체계 가동에 차질을 빚었을 가능성이 있다. 통신망 교란도 베네수엘라군을 혼란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의 레이더 관리와 방공망 통합 등이 부실했던 정황도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산 JYL-1 레이더는 절반 이상이 부품 및 기술지원 부족으로 작전 불능 상태였다. JY-27도 가동 중단을 겪었다. 중국 측 기술지원이 충분하지 않아서 현지 유지보수 역량도 부족했다는 평가다.
방공망 통합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JY-27 레이더가 스텔스기도 포착한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레이더의 전자파 특성상 정확도는 떨어진다. 따라서 다른 레이더 및 지대공미사일 체계를 긴밀하게 통합하고 지속적인 훈련을 실시해 숙련된 인력을 확보, 고도의 상시 군사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중국산 레이더와 러시아산 요격미사일을 베네수엘라가 자체적인 역량으로 통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완전한 통합을 위해선 각 장비가 수집한 데이터를 원활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장비 제작사 간 지식재산권과 기술보호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 효율적 통합이 어렵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TV 및 통신탑이 지난 4일 미군 공습으로 파괴된 채 남아있다. 로이터연합 지속된 경제난으로 체계적인 훈련도 부족했다. 그 결과 ‘확고한 결의’ 작전에서 미군의 고강도 전자전에 직면하자 레이더는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고, 수도 한복판까지 델타포스가 침투하는 것을 허용했다.
‘확고한 결의’ 작전 결과로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선 중국·러시아 방공체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많은 나라에서 방공망 강화에 관심을 갖고 있고, 중국은 적극적인 판촉에 나서는 상황이다.
‘확고한 결의’ 작전에서 방공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것은 전력과 전자전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얽혀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중국산 레이더와 러시아산 지대공미사일이 실전에서 기대했던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다.
잠재적 구매국들은 도입 의사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장비 신뢰성과 후속군수지원 체계에서 문제점이 지적된다면, 중국산 무기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