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 홍천=원성윤 기자] 겨울은 움츠러드는 계절이 아니다. 오히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청량함을 즐길 때, 겨울은 비로소 생동감 넘치는 계절로 변모한다.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는 이 역동적인 겨울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완벽한 무대를 제공한다. 설원 위를 질주하는 스키와 살아있는 생명체와 호흡하는 승마, 이 두 가지 상반되면서도 닮은 액티비티가 이곳에 공존한다.
설원 위,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들의 뜨거운 열정이다. 스키학교에 모인 이들은 전문 강사와 함께하는 2:1 밀착 강습을 통해 겨울 스포츠의 매력에 입문한다. 특히 스키 강습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배움 그 이상의 성취감을 선물한다. 처음 부츠를 신을 때만 해도 “발이 무겁다”며 칭얼대던 아이의 표정은 막상 하얀 설원 위에 서자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전문 강사의 세심한 지도 아래 엉거주춤하던 ‘A자’ 자세가 제법 태를 갖춰가자, 아이의 입에선 하얀 입김과 함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빠, 나 봐봐! 하나도 안 무서워!”
몇 번을 넘어지고 뒹굴어도 까르르 웃음이 끊이지 않는 시간.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슬로프를 내려오는 짜릿함은 아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교과서로는 배울 수 없는, 온몸으로 부딪치며 얻은 값진 경험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는 비발디파크가 자랑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설질(雪質)’ 덕분이다. 스키어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이곳의 눈은 밤새 정설차들이 공들여 다져놓은 결과물이다. 날이 미끄러지는 빙판도, 턴을 방해하는 뭉친 눈도 찾아보기 힘들다. 엣지가 눈 속을 파고들 때 전해지는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손맛, 그 고급스러운 활강의 묘미는 초보자는 물론 숙련된 스키어들을 다시 리프트로 이끈다.
이 완벽한 설질 위로 총길이 6784m에 달하는 슬로프가 거대한 설산의 등줄기처럼 뻗어 있다. 특히 이번 시즌부터 다시 문을 연 최상급 코스 ‘락’ 슬로프는 고수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겨울의 절정이다. 가파른 경사를 타고 내려오며 느끼는 중력 가속도, 그 짜릿한 전율은 오직 겨울에만 허락된 특권이다.
스키가 눈과의 싸움이라면, 소노펠리체 승마클럽에서는 살아있는 생명체와의 뜨거운 호흡이 기다린다. 이곳의 프로그램은 단순히 안장 위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는 체험이 아니다. 기승자의 수준에 맞춘 체계적인 ‘레슨’을 통해 말(馬)이라는 동물과 깊이 교감하는 스포츠다.
유럽풍 클럽하우스에서 장비를 갖추고 원형 마장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된다. 말의 리듬에 익숙해질 무렵, 기수는 말의 속도가 빨라지는 ‘속보(速步)’ 단계를 경험하게 된다. 달리는 말 위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며 상하로 리듬을 맞추는 일은 전신의 근육을 깨우는 고강도 운동이다. 영하의 날씨를 뚫고 등줄기에 땀방울이 맺히는 순간, 추위는 어느새 잊히고 짜릿한 성취감만이 남는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아이들의 변화다. 처음엔 자신보다 몇 배나 큰 동물을 낯설어하던 아이가, 레슨이 진행될수록 말의 눈을 들여다보고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마음을 연다. 차가운 기계가 아닌 심장이 뛰는 동물과 교감하며 친숙해지는 과정. 말의 체온을 느끼며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겨울방학의 한 페이지가 된다. 눈 위에서의 속도와 말 위에서의 리듬, 비발디파크의 겨울은 이토록 역동적이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