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그제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공천 헌금 의혹이 담긴 탄원서가 실종됐다고 밝혔다. 해당 서류엔 2020년 총선 직전에 서울 동작갑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 전 원내대표의 부인이 당시 동작구의회 의원 2명에게서 공천 헌금 명목으로 총 3000만원을 받아 챙긴 정황이 적혀 있다.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가장 중요한 증거물이 될 수도 있는 자료가 종적을 감췄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일각에서 의심하는 것처럼 김 전 원내대표 측에 흘러들어간 것 아닌가. 경찰의 정밀한 검증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탄원서는 2024년 총선을 4개월가량 앞둔 2023년 11월 작성됐다. 민주당 이수진 전 의원이 문건을 받아 당시 당대표이던 이재명 의원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를 이 대표 보좌관이던 김현지 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당 사무처에 넘겼는데 그 뒤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이 전 의원은 “탄원서가 당 윤리감찰단을 거쳐 당시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장이던 김 전 원내대표 손에 들어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실이라면 비위 검증 책임자가 ‘셀프 검증’을 통해 자신의 비위 의혹은 덮은 것이다. 누가 탄원서를 김 전 원내대표 측에 넘겼는지, 그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은 없었는지도 의혹을 푸는 중요한 열쇠다.
민주당의 행태는 탄식을 자아낸다. 탄원서가 망실된 것은 물론 당 사무처에 해당 문서의 접수·처리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다니 공당으로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어제 뒤늦게 ‘기록물 관리에 관한 당규 개정 등 시정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앞서 공천 헌금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김 전 원내대표 개인을 겨냥해 ‘휴먼 에러(오류)’라고 했다. 하지만 이쯤 되면 당의 ‘시스템 에러’다.
사안이 심각한데도 경찰은 김 전 원내대표 사무실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 과연 수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김 전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란 점을 감안하면 경찰 대신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특별검사를 임명해 공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하나 민주당은 “경찰 수사가 먼저”라며 야권의 ‘김병기 특검’ 요구를 묵살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3대(내란·김건희·해병) 특검 뒤를 이을 ‘2차 종합 특검’ 입법에는 속도를 내고 있으니 내로남불이요, 거대 여당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