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벽두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질서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실천하는 이른바 ‘일방주의’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중간선거 이전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고, 큰 변수를 맞닥뜨리기 전 자신의 주요 상징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집권 2년 차를 맞아 미국은 더 강력하게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팍스아메리카나의 종언 7일(현지시간) 새해가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군사작전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압송, 베네수엘라 과도정부에 대한 압박과 석유 이권 확보, 그린란드 확보를 위한 압박 재개, 국방비 인상, 다자 규범 탈퇴 등을 몰아쳤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초 이미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 나타난 국제 정세에 대한 미국 우선주의적 접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군사안보 중심축을 미주 대륙으로 재조정하고, 국제기구를 비판하고 적대시하며, 미국 이익을 매우 좁게 해석하는 등이다. 이를 트럼프식 먼로주의(19세기 초 나타난 미국의 고립주의), 즉 ‘돈로주의’라고 일반적으로 부르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선별적으로 개입하는 경로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집권 1기부터 일방주의를 강화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번 무력화됐다. 다시 돌아온 뒤 이전보다 훨씬 높은 강도로 추진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겪는 압박도 훨씬 커졌다. 미국의 핵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일원인 덴마크를 그린란드 문제로 압박하면서 나토 국가들은 곤경에 빠졌다. 미국이 유엔 산하 기구 및 기금 수십 개에서 갑자기 탈퇴하면서 국제 공조 체제가 위협받고, 각 기구·기금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해외 미군 감축 기조로 동맹국들이 겪는 안보 분담의 몫도 더 커질 전망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구축한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진영 질서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찰’이 되기를 포기한 미국의 부재에 미주 지역 외 세계에서는 이를 틈타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콧 앤더슨 브루킹스연구소 거버넌스 연구원은 지난달 미주 대륙으로의 회귀를 천명한 NSS의 내용과 관련해 “미국이 더 이상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 적극 나서기보다는 세력권(spheres of influence)을 보다 수용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질서에서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강대국들을 대척점으로 삼아 자유민주주의의 번영을 추구하던 미국의 관심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을 계기로 무역, 국경 보호 등의 자국 중심 문제로 기울어지고, 자유 진영을 아우르는 리더십은 공백으로 남는 것이다.
트럼프 1기와 다르게 이를 방어할 인물이 행정부 내에 남아있지 않은 점도 이 같은 변화를 가속하는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트럼프 1기에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미국의 동맹 중심 리더십, 규범·제도 기반 국제질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경계 등 구조적 질서를 지키려 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은 트럼프식 세계관, 동맹관에 순응하고 이를 공유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입증한 인물들이다. ◆중간선거 앞두고 가속화
일방주의 강화 행보는 11월 중간선거를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기존 케네디센터에 자신의 이름을 덧붙인 트럼프-케네디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수련회에서 연설하면서 중간선거에서 패하면 자신이 탄핵소추를 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결의를 보였다.
백악관 브리핑… 쏟아지는 질문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이 그린란드 입장과 베네수엘라 원유 처리 계획, 러시아 국적 유조선 나포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조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의 선거에서 중도층 공략보다는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을 써왔다. 지난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벌일 때도 전격적 발표로 충격 요법부터 썼다. 베네수엘라 군사작전 등 최근의 행보도 이와 비슷하게 자신의 색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전략이다. 해외를 대상으로 한 전략이지만, 결국 국내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연방 대법원에서 관세 부과의 적법성을 다투는 주요 재판이 예정된 데다 관세가 적법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 전 세계 기업들의 줄소송이 예정된 만큼 잇따른 행보를 통해 이슈를 분산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