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20조원 시대를 열었다. 인공지능(AI) 특수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뛰어올랐다. 올해는 최대 연간 영업이익 150조원대 진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0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16조원 안팎을 책임졌다. 빅테크 기업과 AI칩 협력이 대폭 늘고 범용 D램과 낸드 플래시가 글로벌 공급난을 겪으며 가격이 급등한 결과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후발 주자라는 인식이 컸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 12단 공급을 시작으로 AMD, 브로드컴, 구글 등 주요 고객사 물량을 수주하며 출하량을 빠르게 늘려왔다.
현재 엔비디아에 대한 6세대 HBM(HBM4) 공급 막바지 퀄 테스트(품질 검증) 단계인 만큼 올 상반기 HBM4 본격 양산에 돌입하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30%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도 실적 개선으로 직결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범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 분기 대비 45~50% 상승했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HBM이나 서버용 고성능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면서 범용 D램이 공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비메모리 부문도 적자 폭을 줄이며 힘을 보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사업부는 지난해 1·2분기에 각각 2조원대 영업손실을 냈지만 하반기 들어 적자 폭이 8000억원대로 크게 축소됐다.
파운드리는 지난해 하반기 테슬라, 애플 등과 AI칩 위탁 생산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AMD, 인텔, 퀄컴 등 대규모 수주를 앞두고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호재로 작용했다.
비메모리 분야 또 다른 축인 시스템LSI사업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이 갤럭시 Z 폴드와 폴드7에 탑재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후속 모델인 '엑시노스 2600'은 다음 달 공개되는 갤럭시 S26에 탑재될 예정이다.
모바일과 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서는 MX사업부가 성장을 끌었다. 4분기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연속 완판하며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실적이 더 치솟아 영업이익은 최소 100조원에서 최대 150조원대 돌파 가능성도 거론된다. AI 인프라 수요 확대로 반도체 호황이 장기 국면에 접어들면서 메모리 가격 오름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D램 가격 대폭 상승과 HBM 출하량 급증에 따라 최소 100조원 이상 실적 경신이 추정된다"며 "특히 올 상반기 엔비디아, 구글의 HBM4 공급망 진입 가능성이 한층 짙어지면서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26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주경제=김나윤 기자 kimnayoon@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