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그룹 천즈 회장 [사진=프린스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캄보디아 대규모 스캠(온라인 사기) 범죄단지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온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이 캄보디아 당국에 체포된 뒤 중국으로 송환됐다.
7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캄보디아 당국이 천 회장과 쉬지량, 샤오지후 등 중국 국적자 3명을 체포해 중국으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내무부는 초국가 범죄 소탕을 위한 협력의 일환으로 지난 6일 체포 작전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천 회장의 캄보디아 국적은 지난해 12월 국왕 칙령으로 박탈됐다.
넷 피억뜨라 캄보디아 정보장관도 블룸버그 통신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수개월에 걸친 중국 당국과의 공조 작전으로 천즈를 포함한 중국인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온라인 도박과 통신 사기 범죄 국제 사회 척결은 국제 사회의 공동 책임이고, 중국은 캄보디아 등 국가와 적극 협력해 국경을 넘는 통신 사기 범죄를 단속해 뚜렷한 성과를 거둬왔다"며 "중국은 캄보디아를 포함한 주변 국가와 법 집행 협력 강도를 높여 인민의 생명·재산 안전과 역내 국가 왕래·협력 질서를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캠 범죄단지는 동남아 전역에서 가짜 투자계획 참여를 유도해 피해자들의 돈을 가로채 왔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사기 피해액은 180억~370억 달러(약 26조1200억원~53조7000억원)로 추정된다.
천 회장은 캄보디아 고위 정치권과 밀착해 사업을 확장하며 대규모 사기 범죄단지를 운영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그의 부친이자 실권자인 훈 센 상원의장의 고문을 지냈고, 캄보디아 왕실이 수여하는 최고위 귀족 칭호인 '니억 옥냐(neak oknha)'를 받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
지난해 10월 미국과 영국 정부는 프린스그룹과 천 회장이 전 세계 피해자를 상대로 사기를 벌이고 인신매매된 노동자들을 고문하는 범죄단지를 운영해왔다며 제재를 부과했다.
미국은 천 회장과 연계된 약 14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압수했으며, 노동자 폭력 승인과 외국 공무원 뇌물 제공 지시, 온라인 도박·가상화폐 채굴 등을 통한 자금 세탁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미 검찰은 천 회장의 조직이 최소 250명의 미국인을 상대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스캠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지난해 동남아 기반 스캠 조직으로 인해 최소 100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영국도 천 회장의 영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여기에는 런던에 있는 1200만 유로(약 203억원) 상당의 저택과 1억 유로(약 1700억원)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 포함되며, 이후 싱가포르·대만·홍콩에 있는 자산도 압류됐다고 AP는 전했다. 한국 정부 역시 지난해 11월 프린스그룹과 천 회장을 포함해 개인 15명과 단체 132곳을 독자 제재했다.
천 회장의 범죄는 중국인까지 표적으로 삼으면서 중국 정부에도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중국은 2023년 중반 미얀마에 범죄 단속을 압박했고, 일부 조직 수뇌부는 중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고 다수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하버드대 아시아센터의 초국적 범죄 전문가 제이콥 대니얼 심스 방문연구원은 캄보디아의 중국 송환 결정에 대해 "가장 저항이 작은 길이었다"며 "서방의 정밀 조사를 피하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미국이나 영국 법원이 아닌 곳에서 처리하려는 중국의 선호와도 부합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최근 중국이 캄보디아와 태국 간 무력 충돌 중재에 적극 나서 휴전이 성사된 것과 천 회장의 송환이 맞물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달 중순 특사를 파견한 데 이어, 왕이 외교부장이 양국 외교 수장과 회담을 갖고 휴전 합의 이행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마크 보 동남아 범죄단지 전문가는 블룸버그에 "최근 고위급 회담에서 천즈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천즈를 체포하기를 기다리기보다 자국 구금 상태에 두는 것을 선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캄보디아 중앙은행(NBC)은 이날 프린스그룹 산하 프린스 은행에 대해 청산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캄보디아 법률에 따라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면서 "예금 수취·대출 제공을 포함한 신규 은행 서비스 제공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다만 예금자는 정상적으로 자금을 인출할 수 있으며, 대출 고객도 기존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린스 은행은 약 1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해온 캄보디아 주요 은행 중 하나지만, 미 당국은 이 은행이 프린스그룹의 범죄 수익을 세탁하기 위한 위장 회사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미·영 제재 이후 프놈펜 등지의 지점에서는 예금 인출이 이어지며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아주경제=황진현 기자 jinhyun97@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