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집창촌 '미아리 텍사스'가 70년 역사의 막을 내리고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용산역 앞 집창촌이 '래미안 용산 더 센트럴'로, 청량리 588이 '롯데캐슬 SKY-L65'로 변모했듯 미아리 텍사스도 47층 대형 단지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1950~60년대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국내 최대 규모 성매매 집결지였던 이곳은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2009년 조합이 설립됐지만 이후 10년간 표류했다. 신월곡1구역 재개발사업은 2019년 김창현 조합장 취임 후 급물살을 탔다. 2023년 10월 이주를 시작해 현재 99.9% 이주율을 달성하고, 올 하반기 말 착공을 앞두고 있다.
김 조합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10년 표류를 끝낸 비결로 '소통'을 꼽았다. 그는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로 굴러가게 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조합원 간 소통을 통해 사업의 올바른 방향을 설득하고 결과를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김 조합장은 "처음엔 얼토당토않은 논리로 공격을 많이 받았다"며 "조합장이라는 자리가 유연함도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2021년에는 한 달에 다섯 번 총회를 연 적도 있다. 조합 주관 총회 2번, 해임 총회 3번이었다. 비대위가 세 파로 갈라져 모두 해임 총회를 열기도 했다.
가장 큰 난관은 집창촌 명도와 철거였다. 김 조합장은 "외부에서는 집창촌 때문에 사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성북구청과 손발을 맞춰 집창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주는 현재 단 한 가구만 남은 상태다. 김 조합장은 "인도명령이 다 나와 있어서 집행만 하면 되지만 만일의 사고를 막고, 원만한 합의를 위해 조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보상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다. 업주와 성매매 종사자 30여명이 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조합은 지난해 2월부터 업소별 영업권 가치의 100~300% 수준을 추가 보상하는 협의를 진행했다. 구청에서도 성매매 피해 여성 자활을 위해 월 최대 210만원씩 12개월간 지원하는 사업을 가동했다.
사업 진행과 함께 자산가치는 급등했다. 2017~2018년 3.3㎡(1평)당 1300만원까지 떨어졌던 땅값은 지난해 10·15대책 이전 평당 7000만원에 육박했다. 김 조합장은 "조합 사업의 진행 여부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사업 규모는 연면적 13만㎡로, 공사비는 1조원을 훌쩍 넘는다. 지하 6층, 지상 47층으로 아파트 2201가구와 오피스텔 170실을 갖춘 대형 단지가 들어선다. 문화공원과 어린이공원 등 공공시설도 함께 조성된다.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무이자로 3억원의 조합원 이주촉진비를 합의한 것도 파격적이다. 김 조합장은 "건설사에서 처음에는 2억원을 제시했는데 조합원들에게 더 혜택을 주고자 해서 3억원으로 합의했다"며 "조합 집행부가 잘 대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는 롯데건설과 한화건설이 6 대 4 비율로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나 2023년 공사비 협상 때 한화가 철수하면서 롯데가 단독 시공하게 됐다.
이주비 대출 조건도 좋았다. 대구은행을 통해 코픽스 6개월 물에 가산금리 0.59%를 적용받는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끌어냈다. 현행 금리는 3.1~3.2% 정도로 최저 수준이다.
조합은 공사비 협상을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김 조합장은 "건설사업관리(CM)업체를 선정하고, 법무법인과도 계약했다"며 "시공사가 전문가들이니 우리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특화 단지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조합원들에게 가치를 만들어주는 게 우리 조합 집행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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