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식하지 않고 남은 음식을 사회 복지 기관에 기부하는 ‘잔식’ 관리 실태가 처음으로 조사됐다. 앞서 한 장애인 시설에서 관리 부실 정황이 발견되면서 조사를 진행한 건데, 냉동 차량이 없거나 위생 관리를 아예 하지 않는 사업장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예비식 기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서 각 기관으로 잔식을 보내는 푸드뱅크는 전국 19곳이었다. 전국 학교와 구청 구내식당 등 88곳에서 푸드뱅크를 통해 장애인 복지 시설 등 36개 기관으로 음식을 보냈다. 푸드뱅크는 취약계층 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부식품 나눔 기관이다.
한 초등학교에서 배식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3일부터 12월14일까지 이뤄진 조사 결과 잔식 기부를 관리하는 인력은 10명 이하 소규모로 구성됐다. 전국 푸드뱅크 19곳 중 10명 이상 관리 인력이 있었던 곳은 1곳뿐이었고, 아예 없는 경우도 2곳이다. 냉장 차량이나 냉장 시설이 없는 곳도 2곳이었다. 음식이 조리된 상태로 이동하기 때문에 온·습도 유지가 중요한데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잔식을 기부받는 시설에서 직접 수령하기로 한 사업장”이라고 설명했다.
잔식으로 기부된 음식이라는 사실을 각 시설에서 알리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용자들에게 잔식 배식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은 곳은 전체 36곳 중 29곳에 달해 81%를 차지했으며, ‘음식이 조리된 상태로 학교에서 시설로 왔음’을 고지하지 않는 곳도 9곳이었다.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시설 이용자들이 복지 ‘수혜자’라는 이유로 해당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생활 전반에 대해 어떤 서비스를 받는지 알 권리가 침해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음식은 생명권과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와 연결된다”며 “이를 알고 당사자가 의사 결정할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드뱅크를 통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체와 책임이 모호한 상황이라 관리 부실은 사실상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학교와 사회 복지 기관이 직접 잔식 기부 협약을 맺는 경우는 146곳 중 108개교(73.9%)에 해당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4년 8월 기부에 한해 조리된 음식의 외부 반출을 허용하는 유권해석을 한 이후 서울·경기·충남·세종·전북 5개 지자체는 ‘학교에서 버려지는 예비식을 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켰다. 논란이 계속되자 복지부는 푸드뱅크에 관련 지침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조리되지 않은 식재료만 기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한 것이다. 또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 지침상에 ‘기부식품 관리기준 및 기부식품을 제공하는 사회복지시설의 장의 의무사항’ 등을 신설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안전상의 이유로 올해부터는 지침을 개정해 각 시설의 관리 책임을 강화했다”며 “학교와 시설 간 협약은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 식품 전반의 안전 관리를 하는 식약처에 관리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서 의원은 “지난해 문제가 드러난 이후 보건복지부가 잔식 기부의 안전 관리 체계를 제도적으로 보완한 것은 의미 있는 조치”라며 “개정된 지침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국회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