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세미텍이 내년 초 하이브리드 본더를 출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필수적인 첨단 패키징 장비를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반도체의 성능과 생산효율을 크게 높여 반도체 산업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한화세미텍은 1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국제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타이완 2025'에서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계획을 포함한 차세대 첨단 반도체 패키징 장비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 초 플럭스리스 본더 'SFM5 Expert+', 하이브리드 본더 'SHB2 Nano'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TC 본더 'SFM5 Expert', 올해 칩온웨이퍼(CoW) 멀티칩 본더 'SFM5 TnR' 등을 출시한 바 있다.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본더는 HBM의 성능과 생산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HBM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TC 본더는 범프(납 등 전도성 돌기)에 열과 압력을 가해 칩을 붙인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별도의 범프 없이 칩을 붙일 수 있어 20단 이상 고적층칩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로 평가된다. 범프가 없는 만큼 전기신호 손실을 줄여 칩 성능도 향상된다.
하이브리드 본더의 경우 금속과 비금속 본딩 과정에서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한화세미텍이 선보일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는 본딩 시 위치 오차범위가 0.1μm(마이크로미터) 단위 수준으로 정밀 정렬이 가능하다. 머리카락(약 100μm) 1000분의 1 크기의 초정밀 본딩 기술이다.
박영민 한화세미텍 반도체장비사업부장은 "2022년 하이브리드 본더 1세대 장비를 성공적으로 납품한 바 있다"며 "개발 중인 2세대 장비는 내년 1분기 고객사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한화세미텍은 반도체 패키징 장비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연이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SK하이닉스로부터 약 805억원 규모의 TC 본더 장비 공급 계약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2020년 TC 본더 개발을 시작한 뒤 5년 만에 달성한 대규모 계약으로,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2분기 한화세미텍의 반도체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신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며 전폭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약 3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15% 수준까지 늘어난 수치다. 최근에는 반도체 장비 개발 조직인 '첨단 패키징 장비 개발센터'를 신설하며 기술 인력을 늘렸고 경기 이천시에 '첨단 패키징 기술센터'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에 속하는 만큼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 혁신 기술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앞으로도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