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내란과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내란 진압은 한시도 멈출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2025년 12월26일 취임 첫 기자회견)
“모든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서 이재명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2025년 8월26일 당대표 당선 소감)
지난해 8월 2일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8월 25일 뽑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연말까지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발언을 전수 분석한 결과 두 대표 모두 지지층 핵심 수요만 맞닿는 의제 위주의 발언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정 대표는 ‘내란’과 ‘윤석열’을 필두로 ‘사법부’, ‘조희대’, ‘특검’ 등 사법 이슈를 앞세우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야당에 대한 공세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장 대표는 최고위 발언 대부분을 이재명 대통령 비판에 할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당은 부동산·환율(민주당)이나, 계엄·윤석열(국민의힘)과 같이 자당에 불리한 이슈는 철저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지지층이 환영하는 의제에만 힘을 쏟았다. 두 대표 모두 지난해 내내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행보를 걸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양당 대표 발언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활용해 분석했다.
◆鄭은 ‘내란’ 張은 ‘이재명’ 정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서의 당 대표 발언은 일반적으로 당의 ‘핵심 언로’ 기능을 가진다. 세계일보 분석에서 정 대표가 최고위 회의에서 가장 빈번하게 언급한 단어는 ‘내란’(352회)이었다. 정 대표는 ‘내란청산’도 61회나 썼는데, ‘내란 청산은 계속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정 대표 발언 중에는 ‘특검’(140회), ‘사법부’(128회), ‘조희대’(119회) 등의 발언도 상위를 차지했다. “조희대 사법부의 내란청산 방해 책동을 넘어서겠다”(12월22일) 등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부 불신을 강조하는 발언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5월 대선 직전 대법원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재판으로 인한 지지층 불만이 사법부 비판 발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277회) 대통령은 전체 발언 분량에서 2위였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외교 성과를 지지하는 맥락에서 사용됐다.
국민의힘 장 대표의 발언에는 ‘이재명’(139회)이 압도적 비중이었다. 2위인 더불어민주당(72회)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장 대표가 취임 초기부터 일관되게 ‘반(反)이재명’ 프레임을 핵심 메시지 축으로 삼아왔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이재명’ 키워드는 주로 특검(69회), 사법부(32회), 대장동(21회), 항소포기(16회) 등과 함께 사용됐다. 장 대표 발언에는 ‘경제’(45회), ‘민생’(38회), ‘부동산’(28회), ‘환율’(18회) 등 ‘민생 이슈’ 단어도 비교적 비중이 있었다.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이재명정부의 정책 실패를 강조하는 맥락으로 사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與는 ‘부동산’, 野는 ‘윤석열’ 없었다 두 대표는 불리한 이슈는 철저히 감추는 모습이었다. 정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을 언급한 건 단 1회(10월2일)였다. 고환율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반면 장 대표 발언에서는 ‘반성’, ‘사과’ ‘계엄’이 없었다. 특히 ‘윤석열’의 경우 이재명정부의 외교성과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사용됐을 뿐,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관한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두 대표는 새해 첫 최고위 발언에서도 상대방을 향한 공격을 이어갔다. 장 대표는 민주당 공천헌금 논란을 끄집어 내며 “더불어민주당 공천 뇌물 특검도 반드시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고, 정 대표는 “내란청산의 발걸음을 한시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지난 1년 동안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진영 대결, 이분법적 사고가 강요되는 상황을 겪은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당내 지지기반이 없는 양당 대표가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는 발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여야 모두 서로의 반사효과만 노리는 기우제식 정치”라고 지적하며 “중도 지향적이고 민생에 관련된 새로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세현·이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