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에 군사 목적의 이중용도 물자(민간용으로도 군용으로도 활용 가능한 물자) 수출을 금지하는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 상무부는 6일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 군사 사용자와 군사 용도 및 일본 군사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기타 최종 사용자 용도의 모든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대(對)일 조치는 이날 즉시 시행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 상무부는 다른 국가·지역의 조직·개인이 중국의 조치를 위반해 중국이 원산지인 이중용도 물자를 일본의 조직·개인에 이전·제공할 경우 법적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세컨더리 보이콧’도 발표문에 명시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최근 일본 지도자가 대만과 관련해 잘못된 발언을 공공연하게 발표해 대만해협에 대한 무력 개입 가능성을 암시했다”며 “이는 중국 내정에 대한 심각한 간섭이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배한 것으로 그 성격과 파급효과가 극도로 나쁘다”고 조치의 배경을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한 이후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에 발언 철회를 요구하면서 중국인 관광·유학 자제령과 ‘한일령’(중국 내 일본 영화·공연 제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취소 등 보복 조치와 무력시위를 이어왔다.
중국 상무부. AP연합 이번엔 광물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은 2010년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충돌한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규제했고, 결국 일본이 물러선 바 있다. 일각에선 희토류를 넘어 이중용도 물자 전반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압박수위를 높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회담 다음 날 제재를 발표하면서 일본 견제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한국에 “오늘날 더욱 손잡고 제2차 세계대전 승리 성과를 지키며 동북아 평화·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은 중국의 수출 규제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중국 발표에는 구체적인 이중용도 물자가 포함되지 않았으나 일본 언론은 희토류가 규제 품목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산업성 고위관계자는 NHK방송에 “중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자세히 살핀 뒤 일본 기업 등에 미칠 영향을 주시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BS방송은 “희토류는 전기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며, 일본은 그 대부분을 중국의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며 “규제가 강화돼 수입이 정체될 경우 일본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의 희토류 금속 수입은 8335t으로, 이 중 중국산이 62.9%(5246t)를 차지했다. 코트라는 “일본이 인도, 베트남 등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과거 90%에서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전체 수입량에서 중국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도쿄=이우중·유태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