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훈련을 전날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훈련 참관 후 핵전쟁 억제력의 고도화를 촉진하면서 국제정세를 언급한 것이 주목된다. 훈련 직전 진행된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염두에 둔 위기감의 표출이자 ‘핵보유국’인 북한이 베네수엘라와는 다르다는 것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양서 발사 지켜보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은 지난 4일 평양시 역포구역에서 진행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5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핵전쟁 억제력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평양시 역포 구역에서 북동방향으로 발사된 극초음속미사일들이 동해상 1000㎞ 계선의 설정 목표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발사훈련을 참관하고 “숨길 것 없이 우리의 이 같은 활동은 명백히 핵전쟁 억제력을 점진적으로 고도화하자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왜 필요한가는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잇따른)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 사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마두로 대통령 부부 압송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무기가 없었던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공격을 받은 것을 핵보유 정당성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발사훈련의 목적에 대해 “극초음속 무기체계의 준비태세를 평가하고 임무수행능력을 검증·확인하며 미사일병들의 화력 복무능력을 숙련시키는 한편, 우리의 전쟁억제력의 지속성과 효과성·가동성에 대한 작전 평가”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구체적인 기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극초음속 활공체(HGV) 탄두를 장착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마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북한 주장대로 극초음속 미사일 성능이 실질적인 수준에 도달했는지는 미지수다.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 궤적을 지도에 표시한 것으로 보이는 화면을 김 위원장이 가리키는 사진을 공개했다. 궤적으로 추정되는 붉은 선은 미사일이 풀업(하강후 재상승) 기동을 한 것처럼 표시됐다. 속도는 최고 2732m/s(마하 8)였으나, 2차 정점 고도로 추정되는 비행거리 775.4㎞에서는 속도 1184m/s(마하 3.48), 고도 43.7㎞를 비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2차 정점고도에서 마하 3이 넘는 속도로 비행했으므로 저고도 활공 비행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도가 2차 정점고도에서 크게 낮아졌다는 점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의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모호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쏜 미사일이 고도나 비행거리 등에서 극초음속미사일과 유사한 특징을 보였지만 완전한 구현을 이룬 것인지는 추가 분석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성능 향상 등을 목적으로 추가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 이성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궤적이나 속도, 공개된 사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며 “추가 발사 동향은 지금 당장은 없으나, 북한의 필요에 따라 시험발사나 성능 개량 등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에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 뉴욕의 군공항에서 내린 후 DEA 소속 요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이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미국을 비난한 것에 대해 “사안별로 반미 연대 차원에서 미국의 행보를 비난해온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보도로 본다”고 밝혔다. 통일부 윤민호 대변인은 “북한의 반응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을 공격했을 때의 반응과 매우 유사하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미국을 비난한 중국·러시아 등과 연대 차원에서 입장을 밝힌 것일 뿐 북·미관계에서 큰 함의를 갖지는 않는 것으로 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전날 오후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축출과 관련한 조선중앙통신사 기자 질문에 “가장 엄중한 형태의 주권침해”라고 비판하고, 국제법과 유엔헌장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박수찬·장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