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긴자 거리 [사진=AFP·연합뉴스]지난해 1월부터 일본 전역에서 시행된 '스타트업 비자'로 외국인 창업 문턱이 낮아지면서 일본을 창업 무대로 택하는 한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5일, 지난해 7월 도쿄도 시부야구가 운영하는 창업 지원 오피스에서 열린 강연 사례를 전하며 한 한국인 스타트업 팀이 "한국보다 일본 시장에서 더 큰 잠재력을 느꼈고 '스타트업 비자'가 진출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스타트업 비자는 외국인이 일본에서 회사 설립에 필요한 '경영·관리 비자'를 취득하기 전 단계에서 최장 2년간 창업 준비 활동을 허용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입국 전 자본금 3000만 엔(약 2억7600만원) 이상과 상근 직원 1명 이상을 갖춰야 경영·관리 비자를 받을 수 있어 외국인 창업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스타트업 비자 도입으로 초기 부담이 크게 완화됐다는 평가다.
뉴스위크는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는 일본에서 의료·복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생성형 인공지능(AI), 반도체, 모빌리티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IT 활용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T 경쟁력을 강점으로 가진 한국 스타트업과 일본 시장 수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일본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분명한 스타트업 지원 정책 기조를 천명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11월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투자 확대와 사업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지난해 6월 발표한 '경제재정운영 및 개혁에 관한 기본방침 2025'에서는 2030년까지 외국인 직접투자(FDI) 잔액을 120조 엔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범정부 차원의 투자 유치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내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정책도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례로 후쿠오카시는 외국인 창업가를 대상으로 사업계획 심사를 거쳐 최장 2년간 창업 준비를 허용하는 스타트업 비자 제도를 운영 중이다. 요코하마시 역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차세대 전략 분야 입지 촉진 보조금 제도를 통해 해외 스타트업과 첨단기술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으며 기업당 최대 300만 엔의 보조금과 친환경 경영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지원 대상은 청정에너지, 반도체, 모빌리티, IT·AI, 헬스케어 등 첨단 산업이다.
입지 요건도 완화됐다. 기술 스타트업은 최소 10㎡ 규모의 사무 공간만 확보하면 되며, 공유·서비스 오피스도 인정된다. 중심업무지구 외곽에 입주하는 외국계 기업에는 직원 수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민간 영역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일본 스타트업이 한국인을 임원이나 직원으로 영입해 글로벌화를 추진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확장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한·일 벤처캐피털이 약 30억 엔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등 민·관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AI 반도체 분야의 한국 유니콘 기업 리벨리온은 지난해 2월 도쿄에 법인을 설립해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나섰고, 헬스케어 스타트업 닥터나우도 비대면 진료 수요 확대를 겨냥해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아주경제=황진현 기자 jinhyun97@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