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미국이 정권 이양 전까지 베네수엘라를 과도 통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베네수엘라 대법원이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직 수행을 명령했다. 미군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돼 미국에 수감되면서 베네수엘라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두로 대통령이 축출됐다며 "안전하고 적절하며 현명한 (정권) 이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나라(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베네수엘라에 있으며, 적절한 이양이 이뤄질 수 있을 때까지 남겠다"며 "한 그룹(의 사람들)과 함께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정치적 그룹'이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그녀가 지도자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 국내에서 지지나 존경이 없다. 매우 좋은 여성이나, 존경받지는 못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미국은 이날 오전 1시께(미 동부시간 기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대통령 안전가옥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한 뒤, 대기 중이던 강습상륙함 이오지마함으로 헬기를 이용해 이송했다.
이후 마두로 대통령은 관타나모만 미 해군 기지에서 미 연방수사국(FBI)이 준비한 정부 항공기로 갈아타고 뉴욕의 스튜어트 공군기지로 이동했으며, 다시 헬리콥터를 이용해 이날 오후 7시께 뉴욕시 맨해튼에 도착했다. 미 언론들은 미국 정부가 이후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DEA 뉴욕 지부로 이송했다고 전했다.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이번 작전에는 서반구 20개 지상·해상 기지에서 출격한 150대 이상의 항공기가 동원됐다. 교전 과정에서 미국 측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밤 뉴욕시 브루클린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구치소는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힙합 거물 션 디디 콤스와 파산한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등 유명 수감자들이 수용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20년 3월 마약 밀매와 돈세탁 혐의로 기소됐으며, 다음 주 맨해튼 연방법원에 설 것으로 보인다. 미 법무부는 당시 공소장을 보완한 대체 공소장을 공개했으며, 새 공소장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 베네수엘라 내무장관 디오스다도 카베요 등 가족과 측근들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베네수엘라 사법부는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이날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 임시 국가 지도자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라고 명령했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행정의 연속성과 국가의 포괄적 방위를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직의 모든 권한과 의무를 권한대행 자격으로 인수하고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미국에 체포된 마두로 대통령이 영구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선언하지는 않았다. 이 같은 판단이 내려질 경우 헌법에 따라 3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미국 내부에서는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향후 협력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 것으로 안다며, 그녀가 루비오 장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면서도 "그녀는 마두로가 임명한 부통령"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소집한 비상 내각회의에서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은 마두로, 단 한 명뿐"이라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 이양과 병행해 미국 석유기업의 현지 진출을 통해 원유 생산을 확대하고 이를 과도 통치와 국가 재건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아주 규모가 큰 미국의 석유 회사들이 들어가서 수십억 달러를 들여 심각하게 파괴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할 것"이라며 "(그 회사들은) 그 나라를 위해 돈을 벌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함대는 현재 위치(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대기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모든 군사적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필요하다면 훨씬 더 큰 규모의 2차 공격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요구가 완전히 충족될 때까지 베네수엘라의 모든 정치인과 군인들은 마두로에게 일어난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석유 인프라 복구 과정에서 이를 보호하기 위한 미군 지상군 주둔도 "약간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는 '미군이 현지에서 국가 운영을 도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마두로의 부통령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면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준비돼 있다. 첫 번째 것보다 훨씬 더 큰 두 번째 물결이 있다"면서 "우리는 그(베네수엘라 부통령)와 여러 차례 대화했고 그가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미국의 요구에 반할 경우 추가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아주경제=황진현 기자 jinhyun97@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