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병오년 벽두부터 거세게 불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 당국이 이번 사고에 대처하는 쿠팡 경영진의 부적절한 태도를 겨냥해 입법과 행정 제재 등의 카드를 총동원해 끝까지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쿠팡 사태는 해를 넘겨 격화하는 모양새다.

2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지난달 31일 쿠팡의 불법적 기업 행위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6개 상임위원회의 쿠팡 침해사고 관련 연석 청문회에서 쿠팡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국회의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는 등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책임 있는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여당 의원 133인이 제안한 국정조사 요구서에 따르면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의석 비율대로 선임하는 특별위원 20인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경위와 피해 규모, 대응 과정 전반을 다루는 방식이 거론된다. 그간 쿠팡이 온라인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면서 시장을 왜곡하고,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불공정 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밖에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센터에서 반복된 노동자 사망 사고 원인과 이를 둘러싼 산업재해 은폐 의혹, 기업 지배구조 문제, 탈세 의혹, 국내외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망라한 조사를 예고했다. 앞선 연석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국가정보원의 지시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했다"고 주장한 내용이 허위라는 국정원 측의 반박이 나온 가운데, 이를 포함한 국회 위증 문제에 대한 조사도 대상에 포함됐다.
쿠팡 사태를 계기로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20인이 제안한 집단소송법안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에는 일정 기간 피해구제나 피해 예방 활동을 하고 100명 이상의 피해자로부터 소송수행 위임을 받은 공익단체가 가해 대기업을 상대로 '책임확인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전제로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채권신고 절차를 통해 피해구제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진실을 은폐하거나 무모하게 책임확인과 배상을 지연하는 대기업은 피해액의 최대 5배 범위에서 보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내용도 명시했다.
이들 법안에는 집단분쟁 시 소송 당사자 간 사건 관련 자료와 기록을 모두 공유하는 한국형 '증거개시제도(Discovery)'를 도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원고단체가 가해 대기업의 책임과 피해 채무액의 증명에 필요한 자료에 대해 자료보전명령과 전문가 사실조사, 관련 증인들에 대해 법정 외에서 당사자(법률대리인)에 의한 증인신문 등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가해 대기업과 다수 피해자 사이의 집단분쟁에서는 가해 대기업의 책임과 사실의 은폐 내지 무모한 지연에 관한 증거가 대부분 가해 대기업 내에 편재돼 있다"며 "이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 등 야당 의원 14인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대규모유통업체의 판매대금 지급 기한을 단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약매입거래의 경우 현행 월 판매 마감일부터 40일 이내에서 20일, 직매입거래는 해당 상품수령일부터 60일 이내에서 30일로 단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60일에 달하는 쿠팡의 대금 정산 주기가 다른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와 비교해 길다는 업계 일각의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 사태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서도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을 토대로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조사와 이용자 보호, 노동·안전, 시장질서·내부거래 등 소관 부처 차원에서 쿠팡의 위법 행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에서도 쿠팡 관련 의혹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TF팀을 편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정부 TF팀장인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범정부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 단 하나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끝까지 철저히 대응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과 노동자의 생명, 공정한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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