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큰 손'된 국민연금, 틀 다시 짜야…고환율 드라이브 하는 건 '내국인 기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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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큰 손'된 국민연금, 틀 다시 짜야…고환율 드라이브 하는 건 '내국인 기대'"(종합)

"(국민연금 투자 자금) 양이 너무 커졌다. 규모가 달라졌기 때문에 '프레임워크(Framework)'가 바뀌어야 한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2026년 시무식'과 이어진 기자실 방문을 통해 "외환시장에서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국민연금 해외투자가 국민경제 전체에 주는 영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2000년대 중후반만 해도 투자처 다변화를 위해 국민연금 해외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해외 근무 후) 돌아오니까 (국민연금 투자 자금) 양이 너무 커졌다"며 "규모가 달라졌기 때문에 프레임워크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와 시기, 환 헤지 운용전략 등이 국내외 시장에 지나치게 투명하게 드러난 것도 문제라고 거듭 지적했다. 환율 절하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려 국내외 다른 경제주체의 투자 향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든 국민연금이든 경제주체의 투자 결정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각자의 합리적 기대와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거주자의 지속적인 해외투자 확대가 거시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과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해외투자 시점에 원화가 절하되면 해외에서 수익률이 굉장히 높아지겠지만 갖고 올 때는 반대로 된다"며 "또 국내 시장 구조개혁이 안 되고 성장률이 낮아서 해외로 나간다는 말도 맞지만, 이미 '큰 손'이 된 국민연금이 나감으로써 국내시장이 커질 수 없는 그런 구조도 있다"고 짚었다.


또 그간 국민연금 투자 과정에선 고환율에 따른 수입업체 상황 악화, (상대적 국내 투자 저조에 다른 업황 악화와) 국내 취업률 저하 등 국가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으나, 큰 손으로서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선 국가 운영 전반에 대해 고려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얼마를 헤지하고 얼마를 투자하는 게 적절한지 등은 더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지금 구조에선 이런 부분이 하나도 고려되지 않고 있으므로, 거시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지금보다는 더 많이 헤지를 해야 하고 해외투자 규모도 줄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적어도 이런 문제를 외환 당국과 거시를 하는 사람들과 얘기하는 채널이 필요하다"며 "이런 문제의식 하에 최근 보건복지부가 전략적 환 헤지의 탄력적 대응을 위한 기획단을 꾸렸고, 정부 관련 부처, 국민연금, 한국은행이 협력해 국민연금 해외투자의 '뉴 프레임워크' 구축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 것은 큰 진전"이라고 짚었다.


고환율, '내국인 기대'가 드라이브…외환 당국 연초에도 '시장 기대 관리'

연초에도 지난해 말의 연장선에서 '기대 관리'를 위한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지금 환율의 문제는 내국인의 기대가 크게 드라이브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해외 투자은행(IB) 등은 올해 환율에 대해 (더 밑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1400원대 초반으로 더 내려갈 것이라고 얘기한다. 국내에서만 유튜버 등이 1500원 간다, (원화가) 곧 휴지 조각이 된다고 한다(원화 가치 절하 기대에 힘을 싣는다)"며 "적정환율을 얘기하긴 어렵지만, 달러인덱스(DXY)와 괴리돼 원화 가치가 특히 절하되고 있는 건 내국인 기대가 많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어서, 시장 기대 관리는 (연초에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 말 1480원을 웃돌기도 했던 환율 레벨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가 큰 수준이라고 봤다. 이 총재는 "환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한미 간 성장률 및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어 이를 개선하려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제도 개선을 통한 투자유인 확대가 필요하다"면서도 "지난해 10월 이후 달러화 움직임보다 원화 절하 폭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은 지속해서 늘어난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연간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자금이 원화 약세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200억달러는 최대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양국 간 양해각서(MOU)에 명시된 바와 같이 실제 투자 규모는 외환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매년 기계적으로 200억달러가 대미 투자 자금으로 유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은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을 훼손하는 어떠한 결정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원칙은 분명히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 1.8%, IT 빼면 1.4% 불과…'특정 부문 편중' 경계, 신산업 육성해야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8%로, 2.0%에 조금 못 미치는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경기에 힘입어 올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IT 부문을 제외할 경우, 성장률은 1.4%에 그쳐 체감 경기와는 괴리가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총재는 "이런 'K자형 회복'은 결코 지속 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며 "신산업 육성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다변화하는 등 구조 전환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특정 부문에 편중된 성장·회복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물가는 수요압력이 높지 않은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작년과 같은 2.1%를 기록하며 주요국보다는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높아진 생활물가 수준이 서민 부담을 가중하고 있는 데 대해선 "통화정책으로 물가상승률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국제적으로 가격 수준이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유통구조 개선, 수입 개방 확대 등 다양한 구조개혁 노력을 통해 물가수준을 낮추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통화정책 방향성 적시 설명 중앙은행 중요한 책임…비난 무릅쓰고 제때 할 것"

올해 통화정책은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책변수 간 상충이 심화한 만큼, 다양한 경제지표를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성장 경로에 상·하방 위험이 모두 존재하고, 물가 흐름도 환율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수도권 주택가격 동향을 지속해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책 여건이 변화할 때 그에 따른 통화정책 방향성을 적시에 설명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중요한 책임"이라며 "금통위에 새로운 정보가 있고,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정해지면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정보를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통화위원의 '향후 3개월 내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의 운용 방향 등을 재점검하면서 신뢰도를 더 높일 수 있도록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는 준재정 정책적 성격을 줄이는 대신 금리정책을 보완하는 수단으로서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금리정책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는 지방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에 선별적이고 한시적인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싱크탱크로서 해야 할 역할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지난 3년 동안 이어온 '구조개혁 연구 시리즈'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속해서 하락해 온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였고, 이는 통화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지난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보고서뿐 아니라 자율주행택시 과 결정제도 개선, 고령층 계속근로에 대한 보고서와 같이 앞으로도 단순히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구조조정에 대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며 전문성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금융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프로젝트 한강' 2차 실거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이를 통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정부의 국고금 관리 개선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은행 AI 언어모형'도 이달 말부터 선보인다. 망 통합 사업도 오는 3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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