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금융사', 삼정 '현대차' 잡았다…회계 빅4, 대형사 수주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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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 '금융사', 삼정 '현대차' 잡았다…회계 빅4, 대형사 수주전 마무리

회계업계가 2026 회계연도 대형 상장사 감사인 수주전을 마무리했다. 지난해는 현대차, 한화, SK, CJ 등 '대어'들이 대거 자유수임 시장에 쏟아지면서 '빅4(삼일·삼정·안진·한영)' 회계법인 간 경쟁이 역대 가장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다만 전선이 넓어진 만큼 감사보수를 낮게 써내는 '저가 수임' 경쟁이 심화하며 업계의 수익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형 상장사 대거 자유수임 시장에

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은 지난달 말 2026 회계연도 외부감사인 선정을 완료했다. 2020년 본격 시행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따라 기업들은 3년간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고, 이후 6년은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한다. 자유수임은 기업이 직접 감사인을 선택하는 구조인 만큼, 회계법인들이 영업력과 가격 경쟁으로 전면전을 벌이는 영역이다.


특히 지난해는 물량이 집중되며 시장이 예년보다 더 뜨거웠다. 2024년까지는 지정감사가 종료된 물량 위주로 경쟁을 벌어졌으나, 지난해는 자유선임 전환 후 3년이 경과한 물량까지 동시에 시장에 풀렸다. 자유선임 3년이 지나면 기업은 기존 감사인을 유지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는다. 이에 따라 KB금융과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사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중공업 등이 한꺼번에 수주전에 등장했다.


한 대형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기존 감사인을 유지해야 하는 방어전과 신규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공격적 경쟁을 동시에 치러야 했다"며 "신외부감사법 도입 이후 전선이 이렇게 넓어진 해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빅4, 대형사 물량 나눠 가져

연간 감사보수가 100억원대에 달하는 '초대형' 금융사 수주전에서는 삼일이 우위를 점했다. 삼일은 종래에 삼정이 맡고 있던 신한지주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며 KB금융 감사인 자리도 지켜냈다. 특히 삼일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감사보수 하락률을 최소화하며 질적 성과까지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기존 감사인인 삼정이 안진과의 경합 끝에 수성에 성공했다.


금융사를 제외한 '최대어'는 삼정이 차지했다. 자산 규모 354조원에 달하는 현대차를 새롭게 수임한 데 이어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신세계 등을 신규 수임하며 공격적인 확장세를 보였다. 동시에 자유수임 3년이 지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핵심 고객사와의 계약을 유지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안진과 한영의 반격도 매서웠다. 딜로이트 안진은 자산 284조원 규모의 한화그룹과 한화생명(178조5000억원), LG, 셀트리온 등을 수주하며 저력을 보였다. EY한영 역시 자산 215조 원 규모의 SK와 SK이노베이션(107조9000억원), CJ(48조1000억원) 등을 확보하며 실속을 챙겼다.


경쟁 확산에 감사보수 압박

하지만 화려한 수임 성적표 이면에는 '치킨게임'에 가까운 출혈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계법인들의 감사 부문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감사보수 삭감은 결과적으로 감사 인력 부담과 감사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54개 회계법인의 감사부문 매출 증가율은 2022년 16.7%에서 2023년 4.7%, 2024년 3.2%로 급격히 꺾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역대 가장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지며 감사보수 하락이 동반됐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뺏고 빼앗기는 과정에서 빅4의 시장 점유율 순위는 큰 변동이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남는 것은 깎여 나간 감사보수뿐"이라며 "마치 통신사들의 무리한 가입자 뺏기 싸움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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