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기후대응에 있어서 어떤 해가 될까?” 이 질문을 두고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앞다투어 전망 보고서를 내놓았다. 각기 다른 분석과 예측이 제시되고 있으나, 여러 보고서를 나란히 펼쳐 읽다 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키워드들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AI)과 지정학적 불안, 기후적응 등이다. 2026년 세계 기후·에너지 분야는 이 세 가지 변수가 복잡하게 얽히며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기관 대다수는 이를 두고 기후대응과 에너지전환이 정치·경제·안보를 관통하는 핵심 전략 과제로 이동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물론 기후대응이 여전히 핵심 우선순위인지 반문할 수 있다. 미국 기후전문매체는 2025년을 대표하는 단어로 ‘그린래시(Greenlash)’를 꼽았다. 이는 기후대응이 정치적·사회적 반발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흐름을 설명하는 단어다. 실제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파리협정 탈퇴와 각종 규제 완화로 기후대응에서 완전히 후퇴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산업경쟁력 확보를 명분으로 주요 핵심 규제를 완화하며 기후대응 추진 속도를 늦추고 있다. 그러나 기후재난의 속도와 규모는 오히려 에너지전환을 포함한 기후대응을 전략 과제에서 밀어낼 수 없다는 현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실제로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2026년 에너지전환은 환경 의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을 좌우하는 전략적 영역”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AI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 확장이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는 구조적 폭증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연평균 14%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연간 2200TWh(테라와트시)로 현재 인도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급격히 늘어난 전력 수요는 전력망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망 투자는 수십 년간 뒤처져 왔고, 그 누적된 공백이 이제 구조적 병목으로 드러나고 있다. EU의 경우 전력망의 약 40%가 40년 이상 됐을 정도로 노후화됐다. 미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교체해야 할 전력망은 많으나, 투자 지연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전력망 현대화는 크게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공급망 병목 현상 역시 주요 제약 요인이다. 미·중 갈등, 관세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이 핵심부품 공급망을 막아서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 밖에 지정학적 구도 변화는 재생에너지 설비와 배터리 등 주요 청정기술 공급망과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협력이 필요한 시대에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의 발생 빈도와 강도는 오히려 더 빠르게 가속되고 있다. 그 결과, 적응 전략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이런 재편 속에서 세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청정기술과 녹색산업을 중심으로 국제 공급망 전반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기후 싱크탱크 ESG는 이같이 내다봤다. “지정학적·경제적 불안정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녹색 전환을 이끄는 핵심 행위자로 부상했다. 주요 선진국들의 기후대응이 흔들리는 국면 속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당분간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녹색전환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2026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은 중견국인 한국이 기후대응을 매개로 국제사회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2026년을 전환의 구조를 바꿔야 하는 분기점으로 규정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건 크게 세 가지다. 에너지를 지역 안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전환’, 기후재난이 일상화되는 조건에 대비한 적응 정책의 전면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역과 시민을 소외시키지 않는 민주적 설계가 그것이다.
방향은 늘 그렇듯 분명하다. 이제 문제는 이 무수한 과제를 2026년에 실제로 이행할 정치적·제도적 결단이 가능한지에 있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