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과거 보좌진에게 갑질과 폭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정초부터 심란한 표정이다. 보좌진에 다양한 갑질을 한 의혹을 받는 김병기 의원이 지난 연말 원내대표 취임 200일 만에 불명예 퇴진한 마당에 또 다른 갑질 폭로가 나오자 당내에선 “이걸 우리가 방어해줘야 하는 것이냐”는 당혹감마저 감지된다.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보는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그를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사진=뉴스1 ◆말 아끼는 與… “여론의 검증 시간” 1일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갑질 의혹 육성 녹음이 공개된 것과 관련한 공식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개별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옛 인턴 직원에게 폭언을 쏟아냈던 데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겠단 좋은 취지로 이 후보자를 내정했는데, 이렇게 갑질 문제가 나오면 정말 당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를 겨냥한 추가 폭로가 제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 의원은 물론 이전에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강선우 의원의 갑질 의혹도 옛 보좌진에 의해 시리즈 형식으로 제기된 전례가 있어서다. 정치권에선 “당분간은 여론의 검증과 평가의 시간이 될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전날 언론을 통해 공개된 육성 녹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17년 바른정당 의원 시절 인턴 직원에게 “대한민국 말 못 알아들어?” “네 머리에는 그게 이해가 되니? 아이큐 한 자리야?”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등 폭언을 쏟아냈다. 그 직원이 해명하려 하자 “입이라고 그렇게 터졌다고 네 마음대로 지껄이고 떠들어?”라고도 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 후보자의 면모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란 우려 섞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자 측은 “이 후보자가 업무 과정에서 해당 직원이 그런 발언으로 큰 상처를 받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어떤 변명의 여지 없이 사죄하고 깊이 반성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낙마 벼르는 野… “지명 철회해야”
이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해 온 국민의힘은 이번 폭로를 계기로 본격적인 낙마 공세에 돌입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해당 녹취는) 익히 듣고 있었던 얘기들이라 놀랄 것은 없었다”며 “의원의 인성과 자질, 품성은 다 드러나기 때문에 숨길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론의 상황을 봐야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청문회 통과가) 어렵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즉시 병원 가서 치료받아야 할 사람을 어떻게 장관 시키느냐”며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때 ‘갑질은 무관용 원칙’이라고 했다. 당장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를 담당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근 회의를 열어 그간 제보받은 이 후보자의 의혹과 청문회 전략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추가 갑질 정황은 물론 남편·자녀와 관련한 또 다른 비위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민영·박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