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컬럼] AI 시대 기업가정신은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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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 컬럼] AI 시대 기업가정신은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다
AI는 이미 많은 결정을 대신하고 있다.
시장 전망도, 위험 신호도, 대안 시나리오도 계산해준다. 분석과 예측은 더 이상 특별한 능력이 아니다. 누구나 비슷한 데이터를 보고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바뀐다. 마지막 결정은 누가 내리는가. 그리고 일이 잘못됐을 때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오랫동안 기업가정신은 개인의 기질로 설명돼 왔다. 모험심, 결단력, 강한 리더십. 위기 앞에서 한 사람이 나서 판을 뒤집는 이야기가 성장 서사의 중심이었다. 정보가 부족하고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그런 설명이 설득력을 가졌다. 누군가는 남들보다 먼저 보고, 더 빨리 판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I 시대에 이 설명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정보는 넘치고, 분석은 자동화됐다. 예측은 기계가 대신한다. 무엇이 유망한지, 어느 쪽의 확률이 높은지에 대한 정보는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분석하고 예측하는 능력은 빠르게 평준화되고 있다.
이 변화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정보가 다 비슷해진 시대에, 책임은 어디에 남는가.
그래서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과감한가가 아니다. 누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다.
 
이 기준은 기업인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정·재계와 금융계 리더는 물론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불확실한 선택을 피하지 않고, 그 결과를 감당하겠다는 태도야말로 AI 시대의 기업가정신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은 더 이상 재계만의 미덕이 아니다. 리더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공통으로 감당해야 할 조건이 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정 운영 방식은 논쟁적이지만 분명한 특징을 보여왔다. 완성된 결론만 내놓기보다 판단의 과정을 드러내려는 시도다. 정책을 모두 정리한 뒤 발표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민과 질문, 엇갈린 판단까지 공개하는 접근이다. 정치적으로는 부담이 크다. 말 한마디, 표현 하나가 곧바로 논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방식은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결정의 이유를 설명하려는가, 아니면 결과 뒤에 숨으려는가.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크게 벌어진다.
 
경제 정책을 책임진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김정관 산업통상부장관 앞에도 같은 질문이 놓여 있다. AI 전환은 예산을 얼마나 투입했는지, 어떤 기술을 도입했는지의 목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를 기계에 맡기고, 문제가 생기면 누가 직접 나서서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다. 정책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환경이 나빴다”는 말로 끝낼 것인지, 아니면 판단을 다시 점검할 것인지가 리더십을 가른다.
 
재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재용, 정의선, 최태원, 구광모, 신동빈회장에게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도입했는가”가 아니다. 자동화할 것은 과감히 AI에 맡기되, 마지막 결정에서 빠지지 않는 태도다. 위기 상황에서 침묵하거나 한 발 뒤로 물러서는 순간, 기업가정신은 시험대에 오른다.
 
여기서 말하는 책임은 도덕 교과서의 미담이 아니다. 성격이 착해서도, 용감해서도 아니다. 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문제가 보일 때 모른 척하지 않는 것, 그리고 판단을 미루지 않는 선택을 뜻한다. 이는 칭찬받을 미덕이 아니라,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금융에서는 이 기준이 더욱 분명하다. 금융은 원래 판단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진옥동, 함영주, 임종룡, 양종희, 이찬우회장이 이끄는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AI를 깊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평가는 위기에서 나온다. 손실이 발생했을 때 “AI의 판단이었다”고 말할 것인지, 아니면 책임을 안고 설명에 나설 것인지가 신뢰를 가른다. 금융의 신뢰는 기술에서 나오지 않는다. 결국 문제를 보고도 외면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이런 생각은 새로운 도덕론이 아니다. 오래된 기업가정신 이론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기업가정신이란 결국, 계산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떠안는 일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기업가정신이 새로운 기회를 잘 찾는 능력 이전에 문제가 보일 때 피하지 않는 자세라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은 위험 신호를 보고도 지나친다. 기업가정신은 바로 그 지점에서 갈린다.
 
그래서 AI 시대의 기업가정신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을 내리고, 그 결과를 직위의 이름으로 감당하는 것.
이는 미담이 아니라 역할이고, 성격이 아니라 책임이다.
결국 AI 시대의 기업가정신은 “어떤 사람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이 무엇을 감당하느냐”의 문제다.
 
2026년의 기업가정신은 더 이상 영웅담이 아니다. 빠른 판단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지는 판단이다.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선택을 다시 할 수 있는 용기다.
 
필자는 올해도 이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리더들을 바라볼 것이다. 본받을 만한 판단은 기록하고, 되풀이돼서는 안 될 실패는 짚을 것이다. 성장은 낙관에서 나오지 않는다. 누가 책임지는지를 분명히 할 때, 사회는 앞으로 나아간다. 이것이 2026년 대한민국에 필요한 기업가정신이다. 그래픽노트북LM[그래픽=노트북LM]
아주경제=기원상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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