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 담배판매대 [사진=연합뉴스]법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2심 선고를 이달 중순 내린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선고 기일을 이달 15일로 정했다.
지난 2014년 4월 공단은 흡연 폐해에 대한 담배회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달 선고가 내려지면 장장 12년만에 2심 결론이 내려진다. 아울러 이는 공공기관이 원고로 참여한 국내 첫 담배 소송인데 소송 규모만 약 533억원에 달한다.
공단은 30년·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이상 담배를 피운 뒤 흡연과 연관성이 높은 폐암(편평세포암·소세포암),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2003~2012년 지급한 급여비(진료비)를 합한 결과 533억원이 나와 이를 소송액으로 제시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20년 11월 선고를 통해 공단의 청구를 기각하며 담배회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공단이 직접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흡연과 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나 담배의 설계상·표시상 결함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담배회사가 담배의 중독성 등을 축소·은폐했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공단은 같은 해 12월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이후 약 5년간 이어진 항소 과정에서 담배의 유해성과 제조사의 책임을 강조하는데 주력했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최종 변론에서 "2025년도에 와서도 담배의 중독성을 얘기하는 것 자체에 비애를 느낀다"면서 담배회사에 거듭 책임을 돌렸다.
아울러 공단은 최종 변론을 앞두고 흡연과 폐암 발생의 인과 관계를 증명할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공단 건강보험연구원과 연세대 보건대학원이 공동으로 건강검진 수검자 13만6965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30년·20갑년 이상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보다 소세포폐암 발병 위험이 54.4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피고인 담배회사 측은 "개인의 흡연 행위는 어디까지나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고, 공단의 연구결과 신빙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우리나라 외에도 해외 각국에서도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이뤄진 바 있다. 지난 1998년 미국 46개 주정부는 필립모리스 등 대형 담배회사 4곳에 소송을 제기했고 담배회사는 25년간 약 2060억 달러(약 230조원)배상에 합의한 바 있다.
2006년 미국 대법원은 13세부터 하루에 담배 2갑씩 피우가 사망한 리처드 보켄이 필립 모리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보켄의 손을 들어주며 5000만(약 600억원)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2002년 10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법원이 폐암 판정을 받았다며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 여성에게 필립 모리스측이 280억 달러(약 33조6000억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아주경제=권규홍 기자 spikekwon@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