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1만 3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 [사진=HMM]글로벌 해운선사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한 덩치 키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가올 해운 불황 속 선대 확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국내 1위 해운사 HMM은 더딘 민영화 작업으로 인해 '규모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 MSC와 하팍로이드, 머스크 등이 최근 이스라엘 선사 ZIM 인수전에 공식 참여를 선언했다.
ZIM은 116척, 70만3598TEU의 컨테이너 선단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10위 정기선사다. 중동–지중해–아시아를 잇는 특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수익 구조를 갖춘 선사로도 알려져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ZIM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ZIM 인수를 통해 단순 선복 확보를 넘어 핵심 노선과 고수익 항로를 한 번에 품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어떤 선사가 ZIM을 인수하더라도 시장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글로벌 해운사들이 공격적인 M&A에 나서는 배경에는 해운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해운업은 선사 간 서비스 차별성이 낮아 원가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사업으로, 규모의 경제가 곧 경쟁력으로 통한다. 과거 한진해운 역시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치킨게임에서 뒤처지며 부도를 맞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HMM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은 올해 선복량 100만TEU(20피트 컨테이너 환산)를 돌파하며 세계 컨테이너선사 순위 8위에 올라와 있다. 구체적 선대 규모는 사선이 81만3668TEU(69척), 용선이 19만3512TEU(25척)이며 발주한 규모는 19만9192TEU(17척)이다. 다만 7위 에버그린(약 170만TEU) 격차가 커 당분간 순위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HMM은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어 선박 발주와 M&A 등에 적극적인 투자가 어렵다. 덩치가 커질수록 인수 대상자를 찾기 어려워 민영화가 지연될 수밖에 없어서다.
올해 포스코에 이어 동원그룹까지 HMM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 기업 모두 인수 자금으로 활용해야 할 현금성 자산이 부족해 인수 성사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평가다. 시장에서는 HMM의 인수 대금을 최대 10조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이 M&A를 통해 노선과 선복을 한 번에 키우는 동안 HMM은 민영화 문제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지금처럼 결단이 늦어지면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게 되고, 결국 한국 물류비용과 수출 경쟁력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이나경 기자 nakk@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