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도 예외 없다…'친족상도례' 72년 만에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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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도 예외 없다…'친족상도례' 72년 만에 폐지
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 범죄에 대해 처벌을 면제해 왔던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폐지됐다.

법무부는 친족 여부와 관계없이 재산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의 고소가 있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친족상도례는 가족 간 재산 분쟁에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된 특례 조항이다. 이에 따라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등 가까운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절도·사기·횡령·배임 등 재산 범죄는 형이 면제됐고, 그 밖의 친족 간 범죄도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규정이 가족 간 재산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피해자가 형사 절차를 통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없는 구조가 합리성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개정안은 친족 범위와 관계없이 친족 간 재산 범죄를 모두 친고죄로 통일해, 피해자가 고소할 경우 공소 제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형사소송법과 군사법원법상 고소 제한 규정도 적용 배제 규정을 마련해 자신이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해서도 고소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법 개정 전까지 발생한 사건에도 소급 적용된다. 이를 위해 법 시행일부터 6개월간 고소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 규정도 함께 마련됐다.

법무부는 "친족상도례 제도 개선으로 친족간 재산범죄의 자율적 해결을 도모하면서도,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방송인 박수홍사진연합뉴스방송인 박수홍.[사진=연합뉴스]
친족상도례는 방송인 박수홍 씨의 친형 부부가 박씨의 출연료 약 6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박씨의 부친은 검찰 조사에서 자금 관리 주체가 자신이라며 횡령 책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경우 현행 형법상 처벌이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제도 악용 논란이 제기됐다.

또한 골프선수 박세리 씨의 부친 박모 씨는 지난 2021년 6월~2023년 7월 박세리희망재단 회장으로서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며 재단 명의 도장을 임의로 제작·사용해 새만금 국제골프학교 설립 사업을 추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단 측은 해당 사실을 확인한 뒤 2023년 9월 박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한편 박수홍 씨의 아내 김다예 씨는 친족상도례 폐지 소식을 전한 기사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나라를 바꾼 수홍 아빠"라는 글을 남겨 제도 변화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아주경제=유영훈 기자 ygleader@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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