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에 새 비극 더해” 탄식한 케네디 외손녀, 35세로 요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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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에 새 비극 더해” 탄식한 케네디 외손녀, 35세로 요절
‘희귀암 투병’ 공개 후 1개월여 만에 별세 “어머니 위해 평생 착하게 살아왔는데…” 좀처럼 끝날 줄 모르는 ‘케네디家의 비극’
“이제 저는 우리 가족의 삶에 새로운 비극을 더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얼마 전 희귀암으로 투병 중인 사실을 공개한 타티아나 슐로스버그는 자신의 통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슐로스버그는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외손녀이자 일본 및 호주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캐롤라인 케네디(68)의 딸이다. 슐로스버그가 암을 견뎌내지 못하고 35세 젊은 나이로 끝내 세상을 떠나며 ‘케네디가(家)의 비극’에 또 하나의 아픔이 추가됐다.

미국 NYT 전 기자 타티아나 슐로스버그(1990∼2025). 그는 미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외손녀이자 일본·호주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캐롤라인 케네디의 딸이다. AF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케네디 전 대통령(1961년 1월~1963년 11월 재임)을 기리는 단체인 케네디 도서관 재단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타티아나가 오늘 아침 세상을 떠났다”며 “그녀는 항상 우리 마음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으로 어머니 캐롤라인, 아버지 에드윈 슐로스버그, 남동생 잭 슐로스버그(32) 등이 있다.

타티아나는 1990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다. 명문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영국으로 유학해 옥스퍼드대에서 역시 역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예일대 재학 시절 학보사 편집장을 지내는 등 일찌감치 언론인이 되기로 작정했다. 학업을 마친 타티아나는 뉴저지주(州) 지역 신문을 거쳐 NYT에 입사해 기자로 일했다. 환경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그는 과학과 기후 분야의 기사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11월 22일 타티아나는 시사 주간지 뉴요커에 ‘내 혈액과의 싸움’(A Battle With My Blood)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2024년 5월 두 번째 아이인 딸을 출산한 직후 희귀 돌연변이를 동반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진단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털어놨다. 기고문에서 타티아나는 그간 치료를 위해 화학 요법과 골수 이식을 비롯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의료진이 내린 판정은 암울하기만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 2023년 10월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인 타티아나 슐로스버그의 가족. 왼쪽부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케네디, 캐롤라인의 남편 에드윈 슐로스버그, 캐롤라인 부부의 딸 타티아나, 아들 잭 슐로스버그. AP연합뉴스 자신의 가족, 무엇보다 어머니 캐롤라인이 겪을 고통이 마지막 순간까지 타티아나를 괴롭힌 것으로 보인다. 그는 뉴요커 기고문에서 “나는 평생 착하게 살려고 노력해왔다”며 “모범생, 좋은 누나, 착한 딸이 되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내 어머니를 보호하고 절대 화나지 않게 하려 했는데, 이제 나는 어머니의 삶에 새로운 비극을 더했다”고 탄식했다.

미국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은 1960년대 이래 숱한 비극을 겪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 1963년 암살로 짧은 생을 마감한 데 이어 1968년에는 그 동생인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부 장관도 괴한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로버트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유세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캐롤라인의 남동생인 존 F 케네디 주니어는 1999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

타티아나 슐로스버그가 지난 2023년 10월 외할아버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기리는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버트의 아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71)는 RFK라는 이니셜로 더 유명하다. 그는 오랫동안 민주당과 특수 관계를 맺어 온 케네디 가문의 전통을 버리고 2024년 11월 대선 당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1등 공신’ 역할을 한 RFK는 올해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고 있다. 타티아나는 삼촌뻘인 RFK를 겨냥해 “우리 집안의 부끄러운 존재”라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한편 타티아나의 남동생 잭 슐로스버그는 정계에 입문했다. 오는 2026년 11월로 예정된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 이는 케네디 전 대통령 직계 손자 대(代)에서 선출직에 출마하는 첫 사례에 해당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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