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의·산업계 불만 큰데 …온플법 재추진하려는 韓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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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의·산업계 불만 큰데 …온플법 재추진하려는 韓 정부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정부가 플랫폼 규제 법안에 재시동을 걸며 업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국내 산업계는 물론, 미국 정부도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 추진에 공식적인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라인플랫폼법안)의 입법예고기간이 끝났다. 이 법안은 22대 국회에서 기존에 올라온 온플법 중 거래공정화법을 병합한 것으로, 지난 9일 정무위원회 법안2소위에 상정됐다. 온플법이 상임위에 상정된 것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온플법 추진은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자, 민주당이 집중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 의원실 측은 "온플법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추진해 온 법안으로, 윤석열 정부 때 자율규제로 선회했지만 카카오 화재 사고로 인해 플랫폼 규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면서 "정부 여당 차원에서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법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자칫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번 법안에는 플랫폼이 부당행위를 할 경우, 매출의 최대 10%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신규 조항이 포함됐다. 입법예고 기간 동안 법안 의견목록에 올라온 글 상당수가 이를 우려해 반대하는 의견들이다.

혁신 경쟁에 악영향을 미치고 보여주기식 규제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법안은 기존 규제를 나열·중복한 수준에 가깝고,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데이터와 논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계인국 고려대 정부행정학부 교수도 "온플법은 유럽연합의 디지털 규제안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법안들을 세밀하게 분석한 게 아니라 플랫폼을 강력하게 규제한다는 틀만 가져온 것"이라면서 "국내 사정에 맞는 플랫폼 법안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미국과의 통상 문제가 악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자국 빅테크를 겨냥한 디지털 규제에 강한 불만을 표현해왔다. 일례로 최근 미 국무부는 유럽의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 제정을 주도한 5명을 비자 발급 제한 대상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번 입국 금지에 대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들은 미국 플랫폼을 검열하고 수익 창출을 제한하는 등 조직적 압박을 주도해왔다"면서 "이러한 역외 검열 행위는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온플법은 유럽의 디지털 규제안을 본따 만들어졌다. 최근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도 한국에서 추진 중인 온플법을 EU의 DMA법 확산으로 규정했다. 스콧 피츠제럴드 의원(공화·위스콘신)은 "가장 우려해야 할 점은 이 모델(EU DMA법)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한국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고, 브라질에서도 나타나며 일본과 호주 같은 국가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추진 중인 디지털 규제에 미국은 관세 압박으로 맞서고 있다. 최근에는 한·미 관세협상의 후속 조치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가 연기됐다. 최근 미국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컨설팅 업체 컴페테레그룹의 섕커 싱엄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이 추진 중인 온플법을 보면 대기업, 특히 미국 기업에 비대칭적인 부담을 부과하고 있다"며 "미국 무역정책이 이를 비관세 장벽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주경제=박진영 기자 sunlight@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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