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정에 흔들리는 금감원…양대노총 압박에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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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지정에 흔들리는 금감원…양대노총 압박에 '총체적 난국'

내년 1월 공공기관으로의 전환을 앞둔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압박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노총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예산 운용지침 및 조직운영위원회 등에 참여할 권한을 달라고 공운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지정되면 양대노총 압박 직면

10일 금융권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8일 한국노총 공공연맹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로 구성된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달 정기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함께 공공기관 보수위원회 설치, 공운위 독립성·대표성 강화를 위한 공운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보수위원회가 설치되면 공운위의 예산운용지침 사전심의 과정에 양대노총이 참여하게 된다. 또 공운위 운영위 위원에 공공기관 노동자 등도 들어가게 된다. 쉽게 말해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가 공운위 예산과 조직운영 의사결정에 깊숙이 개입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금감원과 현 금융소비자보호처(내년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개편) 직원 2100여명은 양대노총의 공운위 관련 발언과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 가뜩이나 공공기관 전환으로 예산통제, 복지축소, 인력감축, 승진 기회 감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강화 같은 규제가 무더기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양대노총의 직·간접적인 압박까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성명 발표에 불과하지만 노동 규제가 강화하는 정부 기조를 감안하면 공공기관 지정 후 처우 악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임직원들이 조직개편 문제로 불안해하는데 공운위 규제까지 강해지면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은 물론 젊은 조사역들의 민간으로의 이·전직 등이 발생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내부 경영진도 문제…인재유출 우려 현실화

양대노총뿐 아니라 금감원 내부 경영진의 모호한 발언도 직원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난 8일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금소원 분리 이후 금감원과의 인력 교류에 관해 "단순 파견이 아닌 실질적 고용 변경까지 고려하는 중"이라고 밝혔으나 금감원 직원들은 '금소원으로 쫓겨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 이 수석부원장이 "조직 변화 시행 시점, '현 상태'에서 (금소원으로 인력을) 배분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금감원) 조직원 의사를 100% 반영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발언한 게 문제가 됐다.


금감원 직원 대다수는 이 발언을 금감원 전체 10개 본부 중 현 금소처 2개 본부 소속 직원 400여명 대다수를 금소원으로 보내고, 나머지 8개 본부(은행·증권·보험·중소금융 등) 감독·검사 조직 1700여명은 이동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금소처 2개 본부와 다른 8개 본부를 사실상 분리해 차별하는 '갈라치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날 선 반응을 보인 직원도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수석부원장 발언은 경력 대부분을 은행·증권·보험·중소금융 등에서 보낸 직원도 올해 하필 금소처 소속이면 내년에 금소원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서 "현재 소보처와 다른 본부를 갈라치게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원들은 이 수석부원장 발언에 원장의 뜻이 담겨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현재 금소처 직원들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신입공채 미달사태 날 수도"

최악의 경우 젊은 조사역들의 이탈뿐 아니라 내년 신입 직원 채용 미달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달 25일 금감원은 내년도 신입 종합직원(5급) 66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차 필기시험 전공과목 기준으로 경영학(24명)·법학(16명)·경제학(12명)·정보기술(IT·7명)·통계학(4명)·금융공학(2명)·소비자학(1명)을 각각 뽑을 예정이다. 신입 공개채용 전형에서조차 소비자학 전공자는 1명만 뽑을 정도다. 금감원 내 소비자 조직은 수요도 적고 인기도 없어서다.


내년 1월 조직개편은 이런 조직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이며, 이를 현 경영진(원장·부원장 등)이 수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 취업 커뮤니티 등에는 이미 '공공기관 금소원에 굳이 왜 입사하나'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수 인력이 금감원에서 일하는 걸 기피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국정기획위원회 출범 초부터 노동조합과 전 직원들이 주장했던 핵심 논리인데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며 "현 직원 이·전직은 물론 신입직원 공개채용 미달 가능성을 걱정하는 직원도 많다"고 전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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