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예식 시장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80% 정도 회복하는 데 그쳐 예식장 도산이 잇따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후현 미즈나미시에서 채플 웨딩홀을 운영하는 고토 다카노리(38)씨는 2014년 문을 연 식장을 이달 말 폐관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껏 약 500쌍의 결혼식을 치렀지만,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데다 이후에는 일정 수준의 매출을 예상할 수 있는 규모의 예식이 과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식장에서 사진만 찍는 ‘결혼식 간소화’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일이 줄자 직원들을 계열 장례식장으로 파견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고토씨는 인구구조 변화 외에도 고물가에 따른 절약 지향 세태를 언급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방에서 중시해온 사교·친목 문화가 단숨에 옅어졌다”며 “가성비나 시간 대비 효율을 따지기 시작하면서 직장 상사가 부하들을 초대해 치르는 예식은 자취를 감췄고, 부모가 결혼식 비용을 부담하는 사례도 거의 없어졌다”고 신문에 말했다.
결혼식을 치르는 비용으로 여행을 가거나 신혼집을 구하는 데 보태는 현상도 눈에 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평소 끼고 다닐 일 없는 다이아몬드 반지 예물 대신 훨씬 부담이 적은 목걸이를 준비하기도 한다. 모두 실용성 중시 세태를 반영하는 모습들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혼인건수는 48만5092건으로, 최절정기인 1972년 109만9984건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신혼부부 중 절반가량은 예식을 올리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제국데이터뱅크는 지난해 예식 시장 규모가 4881억엔(4조6248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6163억엔(5조8396억원)의 80% 정도로 축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예식업계는 이에 따라 소규모화, 경영 합리화 등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고베시의 한 업체는 ‘작은 결혼식’ 위주의 저비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신부 혼자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솔로 포토 웨딩’ 서비스도 인기다.
경영 효율화를 꾀하는 곳들도 생기고 있다. 도쿄에서는 대형 예식업체 두 곳이 다음달 경영 통합을 통해 단숨에 연결매출 450억엔(4269억원)의 업계 2위 기업으로 도약할 예정이다. 두 업체의 자원을 집약해 효율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미에현의 한 업체는 300석 규모 식장을 없애 40석 규모 카페로 전환했다. 필요할 경우엔 이 카페에서 작은 결혼식을 할 수도 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