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인천도시공사)가 국토교통부 주관의 ‘노후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준공 뒤 15년 이상 경과한 영구임대의‘단일세대’와 ‘공용부’ 에너지 절감 및 주거 여건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14일 iH에 따르면 인천 선학·연수 아파트 대상으로 거주자들의 연령과 생활 특성에 맞춰 2021년부터 단계적 콘텐츠를 확대해 왔다. 이곳은 지은 지 30년이 흐른 단지로 동시에 입주민 고령화가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
효율이 떨어지는 오래된 창호와 단열, 부식·누수 우려가 커진 급수배관,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실내 구조와 조명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다. 안전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밤중 화장실을 오가는 짧은 동선도 어두운 복도와 미끄러운 바닥, 눈에 잘 띄지 않는 스위치·손잡이 때문에 사고 위험으로 연결될 수 있다. iH는 연내 연수 405세대, 선학 540세대 등 모두 945세대의 새단장을 마친다. 전체 2300세대 중 41%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로 단기간에 전면 교체를 벌이지 않고, 해마다 일정 물량을 꾸준히 정비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온 결과다.
이제 5년 차에 접어들면서 현장에는 여러 경험과 과제가 축적됐다. 공사 중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동선 차단에 따른 불편을 어떻게 줄일지, 도면과 실제 구조가 다른 낡은 건물에서 설계 변경이 최소화되려면 무엇을 우선 점검해야 하는지 고민이 이어졌다.
iH는 ‘고령자 친화형 주거환경’에 대한 용역을 수행하고, 여기서 도출된 항목 중 당장 적용 가능한 부분은 올해 선학·연수 에 바로 반영했다. 무엇보다 집의 기본적 성능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노후 창호를 새롭게 바꾸고 외벽과 벽체 단열은 보강해 겨울철 실내 온도 유지 능력 향상 및 여름철 열기 유입을 줄이도록 했다. 난방·냉방 에너지 사용을 당초 대비 50% 이상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누수·단수가 반복되던 배관 교체로 급수 안정성을 높이고, 유지관리 부담도 줄였다.
눈에 띄는 특징은 입주민의 동선과 인지 특성을 고려한 실내 개선이다. 복도, 주방 작업대 등의 조도는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일부 공간에는 밝기 조절이 가능한 디밍(dimming) 조명 및 제어 리모콘을 적용, 심리적인 불안감과 낙상 위험을 함께 낮추도록 한 취지다.
욕실이나 현관처럼 이동이 잦고 넘어지기 쉬운 구간에는 안전손잡이를 보완 설치했다. 바닥에 단차가 있는 때 마감재나 색상을 달리해 시각적으로 구분시켰고, 스위치·콘센트 같은 주요 조작부 역시 주변의 벽 색과 대비가 이뤄졌다. 현관 중문에는 불투명 유리 사용으로 충돌 위험을 대폭 줄였다. 저층 세대의 창호 하단에 에칭(Etching) 시트 적용을 통해 외부에서 내부를 쉽게 볼 수 없으며 실내 채광은 유지시켰다.
iH는 올해부터 본 공정에 앞서 샘플세대로 먼저 시공 중이다. 시행착오와 재시공을 줄이고, 공정 지연 및 입주민 불편 완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iH는 내년에도 두 단지를 합해 약 170세대 공사를 더할 계획이다. 입주민 만족도 조사 결과, 하자·유지관리 데이터를 다시 정리해서 향후 구체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다.
류윤기 iH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입주민들의 주거복지 만족도를 크게 나아지게 했다”며 “주민들과 꾸준히 소통해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삶의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