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정치 연구자인 저자는 집권당의 정치적 압력에 의해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하는 태국 운동가들의 세력 기반이 약화하고 있다고 개탄한다. 현재 운동가들은 ‘왕실 모독죄’로 인해 감옥에 갇히거나, 이를 피하기 위해 망명을 간다는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강요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저자에게 태국은 관광을 위한 장소가 될 수 없었고, 민주주의를 위해 친구들이 싸우고 있는 현실의 공간이다. 저자는 2020년과 2024년, 태국 헌법재판소가 진보정당을 연달아 해산시킨 사건에 주목했으며 두 시기 시민 반응의 극명한 차이를 연구하기 위해 태국 청년들을 직접 인터뷰해 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와 미래, 청년들의 정치 참여 양상을 생생히 담고 있다. 저자는 태국 민주주의 수호 운동을 위해 국제사회의 연대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웃 국가 시민들과의 연대는 자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될 것이고, 민주주의를 초국가적으로 사유할 때, 더 넓은 지평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왕실을 향한 질문이 사회의 전면에 등장한 것을 민주주의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마지막 성역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해석한다. 태국 청년들은 왕실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비로소 민주주의가 성숙해진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은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성찰을 요구한다. 우리는 무엇에 관해 여전히 말하지 못하는가. 저자는 태국을 비추는 거울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사각지대 또한 성찰하게 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박태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