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신설 이후에도 인사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금소원과 금감원을 "별도 공공기관"으로 규정한 만큼 두 기관 간 활발한 인력 교류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9일 금감원 직원들 다수는 내년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 실행에 "힘이 빠진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한 임원은 "우선은 냉정히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고, 한 직원은 "젊은 조사역들이 민간 금융사 이직을 고민하는 등 조직 분위기가 흔들릴까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특히 당정이 7일 개최한 고위당정협의회 직후, 이창규 행안부 조직국장이 금소원과 금감원을 "별도 기관"이라 선을 그으면서 우려가 커졌다. 이 원장이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제시한 대안이 활발한 인사 교류였지만, 현실적으로 별도의 두 기관이 인력 파견과 순환보직을 자유롭게 운영하기 어려워서다.
게다가 금소처는 악성 민원에 자주 시달리고, 감독·검사 업무 경험을 쌓기 힘들어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낮다. 현재 400여 명 수준인 금소처 인원은 금소원 독립 후 확대될 전망이다. 인기 조직으로 평가받는 감독·검사국 인력이 대거 차출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금감원 내 검사국-감독국-금소처 조직을 오가는 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으로 파견 가는 것이어서 직원들 사이에선 "한 번 나가면 돌아오기 힘들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금소원도 인사 교류에 소극적이다. 금소원에 신규 입사해 내부에서만 순환하는 신임 직원은 분쟁조정 이외 금융감독 전반의 현안을 제대로 익히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은행·보험·증권·자산운용·회계 등 업권별 감독, 지배구조 등 종합적 시각을 기르기 힘든 환경인 것이다. 금소원 출신이 금감원에 파견되더라도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소처 한 직원은 "지금은 검사·감독을 두루 경험한 뒤 금소처로 오는 구조인데, 금소원이 별도 기관으로 출범하면 경력 관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기관 간 교류가 얼마나 활성화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인사 교류의 정례화 여부, 교류 규모, 임원 포함 여부, 저연차 직원 파견 의무화 등 구체적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2일 금소원 출범 전에 금감원, 금소처, 노동조합 등이 세부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금소원 신설 이후 인적 자원 분산, 조직 내 갈등, 직원 사기 저하가 불가피하다"며 "조직 쪼개기의 전형적 폐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고, 책임 공방만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