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린 찬성한다니까, 이 법 반대 안 한다니까!"
지난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장. 국민의힘은 민생 법안 처리를 미룬 채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민생 법안 처리를 외면하는 모습을 나무라자, 본회의장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은 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날 상정된 법안은 가맹주 협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이다. 하지만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면서 처리에 애를 먹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의 항변을 듣더니 "중소 상인이 피눈물을 흘린다"면서 벌떡 일어나 항의했다. 이 민주당 의원은 옆에 앉았던 동료 의원이 참으라면서 소매를 잡아당긴 뒤에야 겨우 진정하는 모습이었다.
본회의장에서 몇 분 남짓 이어졌던 이 장면은 요즘 국회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예전엔 앞에선 싸워도 뒤에서는 소통했는데, 이제는 진짜 싸운다. " 또 다른 국회의원이 전한 말은 12·3 비상계엄 이후 갈등의 골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11일 재석의원 241인 중 기권 3인을 제외한 모두 찬성으로 본회의를 뒤늦게 통과했다. 범여권 의원 수가 187명(무소속 제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도 동의를 표한 셈이다. 어차피 본회의를 통과할 법안인데 필리버스터 문제로 이틀간 처리가 미뤄졌다.
다른 민생 법안 59개도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속에 처리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기 예방 및 피해 확산 방지 체계를 강화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특별법, 소방공무원 및 국민에게 공공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국립소방병원법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특별법도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회 처리까지 마쳤지만, 본회의 문턱 앞에서 감감무소식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쟁점 법안부터 본회의에 올리겠다고 한다. 야당을 설득해 하루빨리 본회의를 정상화해야 하는 여당 책무를 잊었는지, 상황을 자극하는 수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야당의 대응 수단인 필리버스터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법 개정까지 추진한다니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엉킨 실타래를 푸는 해법을 여야 모두 알고 있다. 여야는 이재명 정부 출범 1호 협치 법안으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경험이 있다. 5년 만에 법정시한을 지켜 내년도 예산안을 합의 처리한 사례는 또 어떤가. 여야 모두 한 발씩 물러났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다. 양보는 후퇴가 아니라 활로를 찾는 해법이라는 의미다. 당리당략의 좁은 우물에서 벗어나야 길이 열린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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