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분산된 공시 창구가 만든 정보 비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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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분산된 공시 창구가 만든 정보 비대칭

국내 자본시장에서 기업과 금융투자회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공시를 쏟아낸다. 상장사는 경영권 변동과 주요 의사결정, 금융사는 영업 보고와 자산운용 내역을 게시한다. 문제는 이 공시들이 한국거래소(KIND),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 금융투자협회(금투협) 공시 규정으로 제각각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어디에 무엇이 올라오는지'를 먼저 공부해야 한다. 공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공시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운 기형적 구조가 오래도록 방치돼 온 것이다.


상장사의 재무제표·감사보고서·주요사항보고서 등은 금감원 DART에 공시된다. 하지만 같은 상장사의 주식 추가상장,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 등 시장 관련 공시는 거래소가 관리한다. 한 회사의 공시를 보려면 최소 두 곳을 번갈아 조회해야 한다. 또 비상장사 공시의 경우는 KIND에 많이 없어 DART를 이용해야 한다. 게다가 증권사, 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 관련 공시는 금투협 전자공시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A상장사의 자회사인 비상장사 B사가 C자산운용사에서 투자를 받았을 경우 세 가지 공시창구를 모두 확인해야 하는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 불편과 정보 비대칭 심화다. 공시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제 기능을 한다. 하지만 국내 구조는 접근성에서부터 벽을 만든다. 공시 정보가 연구자와 전문 투자자에게만 쉽게 도달하고, 개인투자자에게는 사실상 전문가의 지도가 있어야만 탐색 가능한 '감춰진 정보'가 되는 것이다.


이에 '통합 공시 플랫폼'이 필요하다. 사실 관련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시장 운영기관인 거래소, 감독기관인 금감원, 업계 자율규제기관인 금투협 등 각 기관 고유의 감독 목적과 규정 체계를 가지고 있어 추진이 빈번히 실패했다. 또한 공시 시스템은 기관의 권한과 직결되기에 통합은 곧 권한 조정 문제로 이어진다. 관료적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제는 통합 논의의 초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모든 공시를 한 기관으로 모으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신 단일 검색 창구를 만드는 것이 실현 가능한 대안이다. 공시는 각 기관에서 유지하되 검색·조회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투자자가 기업명만 입력하면 DART·KIND·금투협의 모든 최신 공시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기업 공시는 단순한 문서의 집합이 아니다. 자본시장 신뢰를 떠받치는 사회적 약속이자 투자자 보호의 첫 번째 방어선이다. 하지만 지금의 공시는 '보여준다'기보다 '찾아보라'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정보는 누구나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민주성을 갖는다. 공시가 특정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모든 투자자가 누릴 수 있는 시장의 공공재가 되기 위해서는 분산된 창구부터 손봐야 한다. 자본시장의 투명성은 결국 정보가 얼마나 '열려 있는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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