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산 재개발서 38억 증발… 조합장 친인척이 입주권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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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산 재개발서 38억 증발… 조합장 친인척이 입주권 싹쓸이
검찰 “서민 주거 기회 침해하는 부동산 비리 사범 엄정 대응”
신용산 재개발 조합이 38억 규모 입주권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다. 뉴스1
친인척에게 부당하게 입주권을 몰아준 재개발조합장 등이 검찰의 보완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김주현 부장검사)는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신용산역 인근 재개발조합 조합장 A씨와 대의원 B씨를 구속기소하고, 임원 등 관련자 11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부당한 방식으로 A씨의 자녀 등 지인들에게 입주권을 배정해 조합에 약 38억 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방식은 1개 건물에 복수의 입주권을 부여하거나 조합설립일 이전 화재로 소실된 무허가 건물에 입주권을 임의로 부여하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철도공단 직원도 가담해, 무허가 건물의 변상금을 소급 부과하면서 실제 존재하지 않는 소유관계를 임의로 나눈 것처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후 조합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일부러 소극적으로 대응해 화해권고 결정을 받은 뒤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입주권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의원 B씨는 재개발사업 용역계약과 관련해 용역업체로부터 2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애초 경찰이 ‘무허가 건물을 정상 분양 가능한 매물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단독 사기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을 포착하고 직접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관계자 조사와 서울행정법원 압수수색 등을 통해 조합이 조합원 지위 확인 소송을 조직적으로 유도하고, 입주권 수혜자 상당수가 조합장 자녀 등 친인척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검찰은 “원래 일반 청약 대상이 돼야 할 공동주택 15채가 조합장의 자녀 등 수분양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갔다”며 “서민 주거 기회를 침해하는 부동산 비리 사범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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