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中企 자금지원의 목표 다시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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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中企 자금지원의 목표 다시 세워야

중소기업 자금지원 체계의 문제를 지적한 한국은행의 최근 보고서는 조금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현황과 지원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단순 매출이 아닌 생산성과 미래가치에 근거해 지원 대상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뼈대다. 밑 빠진 독 말고 나무가 될 법한 떡잎에 물을 더 많이 부어주자는 뜻이다. 구조조정 제도가 미비해 부실기업이 제 때 퇴로를 찾지 못한 채 한계기업으로 전락하고 이 과정에서 연간 35조원 가까운 '지원의 울타리'에 기대어 연명할 때까지 연명하는 현실이 이런 주장의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책금융 비중은 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4%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높다. 반면 지원의 효과는 제한적인데 그나마도 대부분은 지원 첫 해에 반짝 하고 만다. 지원 2~3년차부터 생산성과 이익이 오히려 줄어드는 현실은, 어쩔 수 없이 일부 떠안을 수밖에 없는 정책의 시혜적 기능을 감안하더라도 문제가 크다. 중소기업 지원의 방점을 복지나 구제에 찍을 것인가, 산업 생태계의 육성과 선순환에 찍을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를 바탕으로 적절한 지점을 새롭게 찾아 선을 긋는 일은 그래서 시급하다.

육성·선순환의 구조화 나서야

이런 지적이 어제오늘 갑자기 튀어나온 건 아니다. 정책 하는 사람들 또한 현 체계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의가 궤도에 제대로 오르는 것조차 어려운 건 정책의 설계에 내제된 정치적 허들 때문이다. 부실기업에 대한 보증 축소나 구조조정이 관련 지역의 경제에 가할지도 모르는 단기 영향 탓에 어느 정부도 결단을 내리지 못 하는 것이다. 보증기관이나 금융기관이 '지금까지 해오던 지원, 이후 부실률 방어'에 주력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내부 평가의 관행도 적잖은 몫을 한다. 정책의 목표가 무색해지고 의미 없는 자금 투입이 반복되는 건 이런 여건에서 어쩌면 당연하다.


연구개발(R&D) 역량, 특허 포트폴리오, 글로벌 진출 가능성 등이야말로 중소기업 가치 판단의 핵심인데 지금의 지원 체계는 아직도 과거 실적에 바탕한 대출심사 비슷한 평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현금흐름은 불안정한' 기업으로 돈이 몰리는 벤처투자 생태계의 생리와는 정 반대로 '현금흐름은 괜찮지만 성장 가능성은 낮은' 기업에 돈이 고이게 하는 현실은 시장과 정책이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시장이 떠받쳐야 할 혁신기업은 더 비싸게 자금을 조달하고 정책자금의 상당 부분은 부실기업의 연명에 할애되는 미스매치의 구조화다.

관행적 지원의 기회비용 따져봐야

업력은 상대적으로 낮아 매출은 미약하지만 생산성이 높은 기업으로 자금을 재배분하면 우리나라 경제 총생산이 0.45%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서는 제시한다. 바꿔 말하면 지금 우리는 그만큼의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선별적 지원이 지니는 위험도 간과해선 안 된다. 성과에 대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특정 기업군에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고, '정책적 낙인'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데이터 기반 평가 체계, 민간 전문성과의 연계, 시장에서 검증된 지표의 도입 등이 그래서 요구된다. 인공지능(AI) 기반 재무분석과 특허 데이터 분석을 연계하는 해외의 실험을 참고해볼 만하다. 선별·선택·집중 같은 단어에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이를 통해 더 넓은 성장의 기반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이 다름 아닌 공공선이고, 이걸 하는 게 곧 미래전략이다.






김효진 바이오중기벤처부장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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